캐나다·멕시코부터 시작된 '트럼프 관세 폭탄'…韓 기업들 대응은?

뷰어스 2024-11-28 00:00:02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 현대차 아이오닉 5 N. (사진=미 의회, 현대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첫날인 내년 1월20일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 10% 관세를 추가로 매기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한국 수출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트럼프 관세 폭탄’에 직면하게 됐다.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미국 내 공장이 있는 경우 이를 활용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정부가 대미 투자를 들어 협상을 통한 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제시되고 있다.

■ 트럼프 1기 니어쇼어링도 뒤집어…韓기업들 멕시코 공장 어쩌나

27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트럼프 1기 당시 대중 무역 제재를 피해 미국과 무관세 협정을 맺은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확충했지만, 뒤통수를 맞게 된 셈이다. 더 이상 멕시코도 관세 폭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멕시코에 주요 기업들이 몰리고 여기에서 미국으로 수출을 하게 되면서 미국 입장에서는 멕시코 상대 무역이 저조하면서 관세 부과 카드를 내놓은 것”이라고 봤다.

트럼프 1기 때만 해도 대중 무역제재로 인해 멕시코는 니어쇼어링 최대 적합지였다. 이 때문에 당시 우리 기업들은 멕시코에 공장을 설립하는 등 투자에 나섰다. 니어쇼어링은 수출 본국과 가까운 국가의 생산 거점을 말한다. 생산비를 아끼기 위해 중국 등에 공장을 짓는 것과 미국 본토에 공장을 두는 것의 중간단계로, 미국에 공장을 세우기 부담을 가진 글로벌 기업들에겐 멕시코가 최적의 선택지였다. 당시엔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에 따라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면 그간 관세 혜택까지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2기는 이를 뒤집고 관세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간 멕시코와 캐나다 등에 생산 거점을 늘린 한국 기업들이 피해를 볼 상황에 놓였다.

■ 삼성·LG·기아, 멕시코 생산거점…국내 배터리사, 캐나다에 공장

멕시코와 캐나다에 생산거점을 둔 한국 기업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보게 생겼다.

주요 기업들을 살펴보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멕시코에 북미 및 중남미 가전 생산 거점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티후아나와 케레타 공장에서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을 생산해 미국 등 북미 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LG도 멕시코에서 가전을 생산해 미국 등에 수출한다.

현대차그룹도 기아가 멕시코 누에보레온주에 공장을 두고 있다. 트럼프 1기 대중 무역 제재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지난 2016년 5월부터 가동을 시작해 연간 약 4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이곳에서는 K2(리오), K3(포르테) 등을 생산한다. 생산 차량의 70%는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시장으로 수출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K4를 미국 시장에 수출할 예정이다. 올해 8월 기준으로 기아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은 누적 200만대를 넘어섰다. 현대차그룹의 중요 생산 거점이다.

포스코 멕시코 법인은 자동차용 철강을 생산해 멕시코 현지 판매와 미국 수출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멕시코에 구동모터코어 공장을 두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멕시코 구동모터코아 신공장 (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

캐나다에는 한국의 주요 배터리 기업들이 합작사를 설립해 미국 등 북미 시장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USMCA 무관세 혜택을 바라보고 멕시코와 캐나다 지역에 투자를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가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부과로 물거품이 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 넥스트스타 에너지를 설립해 배터리 셀과 모듈 생산공장을 온타리오주에 설립했다. 포스코퓨처엠은 GM과 얼티엄캠을 설립해 배터리 양극재 생산 공장을 퀘벡주에 세웠다. SK온과 에코프로비엠은 포드와 배터리 양극재 공장을 퀘벡주에 설립했다.

■ 현대차 조지아 신공장·LG 테네시 공장 활용…“정부, 대미 투자 들어 조정해야”

멕시코, 캐나다 진출 한국 기업들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도 대미 투자 실적 등 트럼프 행정부가 납득할 수 있는 논리로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분석이다.

당장에 현대차그룹은 지난달부터 가동에 돌입한 조지아 메타플랜트를 활용해 멕시코 물량을 대신해볼 수 있다. LG전자도 테네시 공장에서 멕시코 생산 물량을 대신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 협상을 비롯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전기차 전용 신공장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기공식을 가졌다. (왼쪽 세 번째부터) 장재훈 현대차 사장, 조태용 주미대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사진=현대차그룹)


산업연구원에 2025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2기에서 보편관세 10%를 부과할 경우 대미 수출 영향은 2021~2023년 평균 수출액 기준 대비 약 55억 달러(-8.4%) 감소하고, 보편관세가 20%로 증가할 경우 최대 93억 달러 감소(-14%)되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분석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트럼프 1기 때 중간 협상을 통한 조정이 있었던 것처럼 2기 행정부에서도 관세 부과 전과 후에 협상을 통한 조정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 정부는 대미 투자 실적 등 트럼프 행정부가 납득할 수 있는 논리를 통해 국내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조정해나가야 한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