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최대승자" "이기지 못하면 진것"…휴전 이해득실은

연합뉴스 2024-11-27 19:02:25

이스라엘 '세계 최강의 비정규군' 초토화…헤즈볼라는 재건 기회 잡아

이란도 '숨 돌릴 틈' 확보', 헤즈볼라 약화는 고민…네타냐후 내부 반발 직면

휴전 임박 관측 속 레바논에 이스라엘 공습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27일(현지시간) 오전 4시를 기해 휴전에 돌입하는 가운데, 이번 휴전 합의로 어느 쪽이 득을 본 것인지를 두고 평가가 엇갈린다.

최근 몇 달간 헤즈볼라가 입은 처참한 피해를 감안할 때 "이스라엘이 최대승자"라는 평가가 나오는 한편, 헤즈볼라의 뒷배인 이란은 "정규군이 이기지 못하면 진 것"이라며 헤즈볼라의 승리를 주장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작년 10월 교전을 시작하고 지난 1년간 서로에게 입힌 인적·물적 피해를 따지면 이스라엘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고 볼 수 있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작년 10월부터 시작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무력 충돌에 따른 레바논 측 사망자는 최소 3천800여명, 부상자는 1만5천여명에 달한다.

이스라엘 공습을 피해 피란한 사람은 12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반해 이스라엘에서는 같은 기간 장병 50여명을 포함해 140명가량이 숨졌다. 헤즈볼라 공격을 피해 집을 떠난 북부 주민은 6만명가량이다.

이스라엘은 9월 들어 헤즈볼라 대원들의 통신수단인 무선 호출기(삐삐)·휴대용 무전기(워키토키) 동시다발 폭발 공격을 단행하고,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도 제거한 후 지상전과 대규모 공습을 전개하면서 압도적인 화력을 과시했다.

정밀 공습으로 헤즈볼라는 지도부 대부분이 사망했고, 보유하고 있던 엄청난 양의 미사일 재고도 절반으로 줄었다.

레바논 남부에 파놓은 땅굴들도 복구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됐고 연계 금융기관까지 초토화되면서 경제적으로도 압박을 받게 됐다.

이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휴전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헤즈볼라를 수십년 전으로 퇴보시켜놨다"고 휴전이 이스라엘의 승리에 따른 결과임을 강조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하지만 고사 직전의 헤즈볼라 입장에서는 이번 휴전이 궤멸 위기를 모면할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이득으로 볼수 있다.

헤즈볼라는 수장 나스랄라에 이어 지도자급 인사들을 무더기로 잃었고 이 여파로 이스라엘의 공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왔는데 나스랄라 후임으로 선출된 나임 카셈을 중심으로 조직 재건을 할 시간을 벌게 된 것이다.

헤즈볼라를 지원해 온 이란도 헤즈볼라가 사실상 승리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란 국영 뉴스통신사 IRNA는 이번 휴전 타결 소식이 나오자 "네타냐후조차도 헤즈볼라가 패배했다고 주장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영문 기사를 송고하면서 이런 시각을 내비쳤다.

레자 자비브 주스페인 이란 대사도 "정규군은 이기지 못하면 진 것이다. 게릴라는 지지 않으면 이긴 것이다"는 고(故)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경구를 SNS에 실었다.

IRNA와 이란 공직자 모두 헤즈볼라가 대규모 손실을 보았지만 이스라엘도 헤즈볼라의 실패를 선언하지 못한 것은 감안하면 비정규군이자 저항세력인 헤즈볼라가 결국은 승자라는 논리를 펼친 것이다.

이란은 최근 몇 달간 이스라엘과 공습을 주고 받으며 방공망과 군수시설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는데, 지역 내 긴장을 낮추면서 단기적으로 '숨돌릴 틈'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휴전을 반길만 하다.

다만, 반미국·반이스라엘 무장동맹인 '저항의 축'의 주축이자 고도로 훈련된 정예병과 대량의 로켓·미사일 등을 갖춰 '세계 최강의 비정규군'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헤즈볼라가 당분간 이란의 '대리 세력'으로 기능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내부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국내 반발 여론에 시달리는 모양새다.

헤즈볼라의 공격을 피해 대피한 이스라엘 북부 접경지 주민들은 휴전이 이뤄졌어도 당장 귀향할 수 없는 상황에 "무책임하고 정치적인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헤즈볼라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장해 온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도 SNS에 레바논 휴전은 "역사적 실수"라고 네타냐후 총리를 비난했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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