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낮아도 투자는 대박…'밀덕' 日이시바 방산주 수익 102%

연합뉴스 2024-11-27 18:00:38

'정치인' 인기는 하락세…총리지명 선거 때 '꾸벅잠'·정상회의서 앉아서 악수 등 비판

눈 감은 이시바 일본 총리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지난달 취임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낮은 지지율로 인해 정치인으로서는 힘겨운 상황이지만 보유 주식 수익률이 5년간 100%를 넘기면서 투자자로서는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 보도했다.

일본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가 보유한 주식의 수익률은 2020년 이후 약 5년간 102%로 집계됐다.

일본 주요 주가지수인 토픽스가 이 기간 60% 오른 것과 비교하면 40%포인트 이상 높은 투자 성적이다.

이시바 총리는 금융을 담당하는 가토 가쓰노부 재무상(83%↑)이나 무토 요지 경제산업상(53%↑) 등을 포함해 모든 각료 중 주식 투자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이는 이 기간 주가가 급등한 일본 주요 방위산업 기업의 주식을 다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시바 총리가 보유한 7개 주식 종목에는 일본에서 가장 큰 방산업체인 미쓰비시중공업과 가와사키중공업 두 곳이 포함돼 있다.

일본 정부는 2022년 12월 각의에서 국가안전보장전략 등 3대 안보문서를 개정하면서 당시 국내총생산(GDP)의 1.24% 수준인 방위 관련 예산을 2027회계연도(2027.4∼2028.3)에는 2%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각의 결정 이후 주요 방산 업체 주가는 급등했으며 이시바 총리의 투자 수익률도 토픽스를 크게 웃돌게 됐다.

방위상을 지낸 이시바 총리는 '밀덕'(밀리터리 덕후·각종 무기와 전쟁 역사 등 군사 분야에 관해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방위상 재임 시절 외국에서 장관 등이 찾아오면 자기가 직접 만든 군함 프라모델(조립식 장난감)을 보여줄 정도였다.

이시바 총리는 미국 US스틸 인수를 추진 중인 일본제철 주식도 보유하고 있다.

이시바 총리에게서는 장기 투자자의 모습도 엿보였다.

그의 보유 주식은 2016년 이후 대체로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APEC 정상회의 때 앉아서 페루 대통령과 악수하는 이시바(왼쪽) 일본 총리

투자자로서 뛰어난 모습을 보였지만 '정치인' 이시바 총리의 인기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시바 내각 지지율은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에서 이달 25일 정권 퇴진 위기 수준인 31%로 조사돼 취임 직후인 지난달 초보다 15%포인트나 하락했다.

그는 자신의 총리직 운명이 걸린 이달 11일 중의원(하원) 본회의 총리지명 선거 도중 조는 듯한 모습이 포착돼 야당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어 이달 중순 남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는 의자에 앉은 채 서 있는 다른 나라 정상과 악수하고 정상 단체 사진 촬영에 빠지는 등 외교 경험 부족을 드러내면서 언론의 비판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sungjin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