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전현직 美관리 인용 보도…"사실이면 역대 국방부장 3명 줄줄이 조사"
中외교부, 이례적 강한 부정…中국방부 홈페이지에도 동정 그대로
(베이징·서울=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이봉석 기자 = 중국이 27일 둥쥔 국방부장(장관)이 부패 혐의로 사정당국 조사를 받고 있다는 영국 매체 보도를 부인했다.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 문제에 대해 잘 아는 미국 전·현직 관리들은 중국 당국이 인민해방군 최고위층을 겨냥한 부패 스캔들과 관련해 둥 부장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패 혐의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주재 중국 대사관은 보도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둥 부장에 대한 조사 소식은 그가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제11차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확대 국방장관회의에 참석한 지 약 일주일 만에 나왔다.
당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회의 참석을 계기로 둥 부장을 만나려 했으나 중국 측이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를 지적하며 거부했다.
둥 부장은 리상푸 전 국방부장이 해임된 뒤 지난해 12월 임명됐다. 두 사람 모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임명한 인물들이다.
리 전 부장의 혐의는 인민해방군에서 전략 미사일과 항공우주 전력을 담당하는 로켓군을 겨냥한 반부패 조사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리 전 부장에 대한 부패 혐의 수사 역시 FT가 처음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FT 보도가 사실이라면 리 전 부장의 전임자 웨이펑허 전 국방부장 또한 퇴임 후 부패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라 전현직 국방부장 3명이 줄줄이 반부패 조사를 받는 셈이다.
둥 부장에 대한 조사는 시 주석이 인민해방군에 대한 부패 수사를 확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FT는 짚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로켓군 사령원(상장·대장급)을 지냈던 리위차오·저우야닝 등 로켓군 고위직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을 벌였다.
FT 보도에 대해 중국 외교부 마오닝 대변인은 뜬구름 잡는다는 뜻의 '포풍착영'(捕風捉影·바람을 붙잡고 그림자를 쥔다)이란 네 글자로 답변을 대신했다.
중국 외교부는 그간 고위직 의혹 등 비슷한 질문에 "관련 부문(부처)에 물어보라"며 보통 답변을 회피해왔는데, 이날은 다른 부처와 관련된 일임에도 마치 기다렸다는 듯 강하게 부인하고 나선 것이다.
1년 넘게 '국방부장 부패 스캔들'에 시달려온 중국이 의혹을 조기 진화하려는 모습을 보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마오 대변인은 이날 둥쥔 부장의 조사 가능성에 대해 질문한 외신기자를 향해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중국 국방부 홈페이지에도 둥 부장의 과거 동정이 남아있다. 중국 공식 웹사이트에서 이름 삭제는 숙청을 의미한다.
미국 국방장관과 달리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일인자 역할을 하는 중국군에서 국방부장은 중국과 다른 국가 간의 군사외교에 전념한다.
전통적으로 국방부장은 중앙군사위 위원과 국무위원을 겸임하지만, 둥 부장은 이례적으로 6명의 중앙군사위 위원 명단에 들지 못했고 국무위원에도 오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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