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김소미 기자] 정부가 석유화학업계 장기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빅딜(대규모 사업 교환) 카드를 꺼내들었다. 나프타분해시설(NCC)을 중심으로 구조조정과 업체간 지분 교환 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과거와 접근방식이 다르다. 이전 빅딜은 철저히 정부 주도로 이뤄졌지만, 지금은 시장자율적인 구조조정이라는 원칙은 지키되 빅딜의 모양새가 나오도록 정부가 후방에서 제도적 뒷받침에 주력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럼에도 업계는 실효성에 의문을 띄우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 간 빅딜을 유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는 정책금융과 세제 혜택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지원할 방침이다. 중복사업을 하나로 합치고,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재편하는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NCC 부문 통합,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합작한 여천NCC 매각설 등이 거론된다. 일각에선 LG화학이 NCC 일부 시설을 물적 분할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LG화학은 사업 가치 제고 방안을 고심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케미칼도 지난 4월 공시를 통해 설비 통폐합이나 합작사 설립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부인한 바 있다.
여천 NCC의 경우도 장기 공급 계약을 앞두고 있지만, 자동 연장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매각설은 현실성이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업계 "집 바꾼다고 업황 나아지나"
업계는 냉소적인 반응이다. 빅딜이 업황을 바꾸는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로 집을 바꾼다고 업황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구조적 한계도 있는 만큼 빅딜은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빅딜이 이뤄지더라도 두 기업의 문화와 운영 방식 차이로 인해 통합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동 에틸렌 생산설비 규모 추이. 출처=하이투자증권중국발 저가 공세와 중동 생산 설비 확대로 이미 국내 석화 기업들은 운영 효율화를 진행 중이다. LG화학은 스티렌모노머(SM)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첨단소재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에 힘 쓰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말레이시아 LC타이탄 매각과 해외 사업 정리를 통해 몸집을 줄이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M&A가 진행된다면 정부는 세제 혜택과 보조금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구조조정을 촉진해야 한다"며 "기업들이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몰두할 수 있다록 재정적 지원도 병행되도록 지원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정부는 내달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종합 지원책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거래법 규제 완화, M&A 인센티브, 저탄소·친환경 연구개발 지원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