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신문도 "트럼프가 최대 이득"…"최대 승자는 이군, 헤즈볼라 큰 피해"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현 행정부가 중재한 이스라엘-헤즈볼라 휴전은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라고 트럼프 측 인사들이 주장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로 지명된 마이크 왈츠(공화·플로리다) 연방하원의원은 26일(현지시간) 휴전안이 이스라엘 내각에서 승인되기 조금 전에 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다들 테이블로 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혼돈은 용인되지 않을 것"이라는 명확한 메시지가 트럼프의 대선 완승을 계기로 미국밖 세계 전체에 전달됐다며 "중동에서 갈등 완화를 향한 구체적 조치들이 이뤄지는 것을 보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아울러 헤즈볼라를 지원해 온 이란에는 강한 경고를 보냈다.
왈츠는 "하지만 이 점은 확실히 해 두자. 이란 정권은 이 지역 전체에 퍼져버린 혼돈과 테러의 근본 원인이다. 우리는 이들이 테러를 지원하는 현 상황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왈츠는 이번 휴전협상에 대해 제이크 설리번 현 국가안보보좌관으로부터 상세한 내용을 전달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휴전협상을 중재하는 동안 트럼프 측에 브리핑 등으로 정보공유를 긴밀히 해왔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친트럼프 인사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을 받아 이번 휴전을 현실로 만든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번 휴전이 협상 중재를 맡은 미국 측 관계자들의 승리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로 가장 득을 본 인물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전쟁을 끝내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지난 5일 실시된 미국 대선에서 이겼으며, 이런 공약을 의식한 이스라엘과 이란이 협상 테이블에 나왔다는 것이다.
텔래그래프는 또한 미국이 중재한 이번 이스라엘-헤즈볼라 휴전은 사실상 유엔 안보리 결의안 제1701호의 재탕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당시 결의안에 따른 휴전으로 18년간 '평화와 비슷한 상태'가 유지됐으나, 이번 휴전은 그만큼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당장 이번 주도 못 넘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휴전 합의가 이뤄진 것은 타이밍상 이스라엘, 레바논, 이란, 미국, 유럽 등 관련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을 따름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번 전쟁의 최대 승자로 이스라엘군(IDF)을 꼽았다,
이스라엘군은 10월 1일 레바논에 지상군을 투입했으며, 장병 50여명이 전사하긴 했으나 헤즈볼라의 전투역량을 대폭 저하시켰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는 지도부 인사 다수가 사망했으며 보유하고 있던 엄청난 양의 미사일 재고도 절반으로 줄었다.
레바논 남부에 두고 있던 땅굴들도 대부분 쓸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됐고 금융제재와 거래제한 강화 등으로 경제적으로도 압박을 받고 있다.
네타냐후와 그가 이끄는 연립정부의 입장에서는 성과가 아주 크지는 않다.
국경지대에 거주하던 이스라엘 시민 6만명이 피란민이 됐는데 이들이 언제 집에 돌아갈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네타냐후는 26일 저녁에 휴전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헤즈볼라를 수십년 전으로 퇴보시켜놨다"고 강조했으나, 연립정부 지지 유권자들에 대한 긴급 여론조사에서 휴전에 찬성한다는 비율은 20%에 그쳤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헤즈볼라의 입장에선 엄청난 피해와 역량 손실을 겪었지만 궤멸은 면하고 정치적·군사적으로 조직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이번 휴전합의의 가장 큰 성과다.
이란 역시 이번 합의를 반길 이유가 충분하다.
헤즈볼라가 궤멸을 면했으므로 이란은 레바논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고 근처 지역 전체에 계속 힘을 투사할 수 있게 됐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번 휴전을 '이스라엘의 공격 중단'이라고 표현하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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