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현대차 375억원 출자
"사업확대-기업가치제고 선순환 만들겠다"…내달 기업가치제고 계획 발표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현대차증권[001500]이 1천억원을 들여 차세대 원장시스템을 도입, 미래 지속 성장을 위한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선다.
27일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회사는 전날 이사회에서 2천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구주 1주당 신주 0.699주가 배정되며, 신주 3012만482주가 발행될 예정이다. 우리사주조합에도 전체 발행 물량의 10%인 301만2048주를 배정했으며, 배정받은 주식은 1년간 보호예수 된다.
계열사 주주 중에서는 현대차[005380]가 25.43%, 현대모비스[012330]가 15.71%, 기아[000270]가 4.5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대주주인 현대차는 이날 이사회 결의를 통해 유상증자에 배정받은 물량의 100%를 청약한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출자 규모는 375억원 수준이다.
기아 및 현대모비스는 향후 이사회 결과를 통해 최종 참여 여부 및 청약 수량을 결정할 예정이다.
회사는 조달한 자금 중 1천억원을 차세대 원장시스템 도입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증권사의 원장시스템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홈트레이딩시스템(HTS), 퇴직연금시스템, 고객정보 관리 시스템 등의 근간이 되는 플랫폼이다.
차세대 시스템 도입시 플랫폼의 속도, 정확성 등이 높아지고 정보 활용성도 높아져 전 부문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증권은 차세대 시스템 구축에 대해 "미래 금융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과제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유상증자로 조달되는 자금 중 775억원은 2019년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 225억원은 단기차입금 상환에 쓰일 예정이다.
유상증자 배경에는 기업금융(IB)이 주요 수익원이 되면서 대형사 중심으로 이익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자기자본 확충을 통해 금융상품 확대해나가겠다는 의지도 깔렸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자본경쟁력 열위에 따라 대형사와의 실적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며 "증자를 통한 성장동력 확보와 그를 통한 사업 확대, 기업가치 제고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한다는 목표"라고 설명했다.
현대차증권은 다음달 중 기업가치제고 계획을 공시할 예정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현대차증권의 자기자본은 1조2천931억원으로, 업계 15위다. 이번 증자로 자기자본은 1조4천931억원으로 늘어난다.
현대차증권은 증자 배경을 설명하면서 "자본 확충을 통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의 교두보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증자로 그동안 제기돼온 신용도 하락 우려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날 현대차증권 유상증자에 대해 "자본 적정성 지표를 올리고 수익 기반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며 "대형 증권사의 수익 토대가 약화하는 상황에서 위험인수 능력이 제고돼 새 영업활동을 확대해 수익 기반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주주배정 방식인 이번 유상증자가 주주가치를 희석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러한 우려에 이날 증시에서 현대차증권의 주가는 장중 전 거래일보다 16% 넘게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회사측은 이에 대해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택했다면 빠른 시일 내에 증자해 자본 확충 속도를 높일 수 있었겠으나, 제3자 배정 방식의 경우 발행한도 부족으로 특별결의 없이는 1천억원 이상 발행이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그룹 대상 제3자 배정시 그룹 과잉 지배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채비율 및 재무구조 건전성 측면을 고려하고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영구자본이 필요하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chom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