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3명 중 타자 2명…키움의 과감한 실험은 성공할까

연합뉴스 2024-11-27 12:00:32

외국인 쿼터 3명 시대에 타자 2명으로 시즌 시작하는 첫 사례

2루타 친 푸이그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키움 히어로즈는 2025시즌이 시작하기 전 KBO리그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야시엘 푸이그, 루벤 카디네스(이상 외야수), 케니 로젠버그(투수)로 외국인 선수 세 자리를 채운 키움은 외국인 타자 2명으로 새 시즌을 맞이한다.

외국인 선수 등록이 3명으로 늘어난 2014년 이후 외국인 타자 2명으로 시즌을 시작하는 첫 사례다.

키움의 이러한 선택은 공격력 보강과 선발 유망주 투수 육성이라는 두 가지 이유로 이뤄졌다.

올 시즌 키움은 타율(0.264), OPS(출루율+장타율·0.717), 타점(641), 홈런(104개)까지 대부분 타격 지표가 10개 구단 가운데 최하위였다.

게다가 팀 주축 타자 김혜성이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어 다음 시즌 공격력 보강은 필수다.

히어로즈에서 뛴 클리프 브룸바

또한 올해 데뷔한 김윤하, 전준표가 마운드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것에서 희망을 본 키움은 이번 신인드래프트에서 선발한 1라운드 전체 1번 정현우(덕수고)와 1라운드 7번 김서준(충훈고)도 육성해야 한다.

"공격력 보강도 필요했지만, 젊은 투수를 키워야 구단의 미래가 있다는 판단에 내린 결정"이라는 게 고형욱 키움 단장의 설명이다.

'외국인 3명 체제, 타자 2명으로 시즌 시작'은 키움이 최초 사례지만, 다른 조건에서는 외국인 타자를 두 명 쓴 팀이 네 차례 있었다.

'1호'는 외국인 선수를 2명만 쓸 수 있었던 2009년, 클리프 브룸바와 덕 클락 타자 2명을 기용한 히어로즈다.

브룸바는 홈런 27개에 86타점, 클락은 홈런 24개에 90타점을 수확했다.

kt wiz에서 뛴 앤디 마르테

외국인 선수 3명 시대가 열린 2015년에는 신생팀 특별 혜택으로 외국인 선수 4명을 쓴 kt wiz가 앤디 마르테와 댄 블랙 두 명의 야수를 기용했다.

시즌 출발은 마르테 한 명이었지만, 시즌 중반 투수 앤디 시스코를 방출한 kt는 투수 대신 야수 블랙을 영입했다.

마르테는 타율 0.347, 20홈런, 89타점으로 중심타자 노릇을 톡톡히 했고, 블랙도 54경기에서 홈런 12개를 때렸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뛰던 다린 러프

2019년 삼성 라이온즈는 KBO리그 3년 차 타자 다린 러프, 투수 덱 맥과이어와 저스틴 헤일리로 시즌을 시작했다.

이후 부진한 헤일리를 7월에 내보낸 뒤 외야수 맥 윌리엄슨으로 그 자리를 채웠다.

그해 러프는 타율 0.292에 22홈런, 101타점을 남겼고, 대체 선수로 온 윌리엄슨은 40경기에서 타율 0.273, 4홈런, 15타점으로 평범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마지막 사례는 2020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다.

터줏대감 제이미 로맥이 한국에서 4번째 시즌을 맞이한 가운데 SK는 투수 닉 킹엄을 시즌 중 방출하고 내야수 타일러 화이트를 데려왔다.

화이트는 공에 맞아 다친 바람에 9경기에 출전해 홈런 1개와 4타점만을 남기고 한국을 떠났다.

SK 와이번스에서 뛴 제이미 로맥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처럼, 외국인 투수 2명에 타자 1명은 대부분의 구단이 선택하는 정석이다.

타자 2명을 기용하는 건 눈에 띄게 타선이 약한 팀이 선택한 고육지책이다.

2009년 히어로즈부터 2020년 SK까지 외국인 타자 2명을 기용했던 4개 팀은 모두 그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다음 시즌 키움이 최초의 '외국인 타자 2명 기용 포스트시즌 진출' 사례를 남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KBO리그 역대 외국인 타자 2명 동시 기용 사례

4b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