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손희연 기자] "블록체인은 금융시장을 바꾸는 데 변혁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27일 두나무에 따르면 이정명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지난 1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업비트D 컨퍼런스(UDC 2024)’에서 블록체인이 만들어내는 금융 혁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 변호사는 "글로벌 은행은 블록체인을 도입함으로써 효율성과 투명성을 개선하는 한편 신속하고 저렴한 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며 "또한 토큰화를 통해 조작 불가능한 부분적 소유권을 제공할 수 있게 되며, 금융 유연성도 개선되어 다양한 금융상품이 탄생될 것이다"고 했다.
글로벌 은행들은 이미 블록체인을 활용, 실물 경제에 도움이 되는 실사용 사례를 만들어내고 있다.
올해 7회째를 맞은 UDC 2024에서는 글로벌 은행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으며, 어떤 도전과제를 맞닥뜨리고 있는지 함께 논의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분형 찬 도이치은행 아태지역 보안 및 기술 변호 총괄, 조니 프라이 클리어뱅크 디지털자산 그룹 책임, 에비 튀니스 DBS은행 디지털자산 부문 책임, 정재욱 하나금융지주 상무 등이 참석해 글로벌 은행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해 논의했다.
사회를 맡은 이 변호사는 “금융기관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더 이상 곁에서 지켜만 보지 않고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며 “JP모건은 블록체인 플랫폼 키넥시스(전 오닉스)를, 싱가포르 통화청은 프로젝트 가디언을 통해 디지털금융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조니 프라이 책임은 블록체인 기술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으로 투명성을 꼽았다. 그는 “투명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곧 신뢰가 높아진다는 것”이라며 “규제 기관이 존재하는 이유는 시장이 신뢰를 유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인데, (블록체인은) 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니 프라이 책임은 독일의 제조사 지멘스를 사례로 들며 “지멘스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대금이 본사에 바로 지급되는 즉시 송금을 가능하게 했다”며 “이것은 어떤 지급 방식으로도 절대 불가능했을 것이고 블록체인 기술로 인해서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분형 찬 총괄은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돈이 가져오는 이점을 역설했다.
분형 찬 총괄은 “돈, 주식은 지능 없이 존재하는데, 여기에 메시징 레이어가 보완된 스마트콘트랙트가 있다면 이제 이것은 프로그램 가능한 돈이 된다”며 “프로그램 가능한 자산이 되는 경우 돈이 조건부 페이먼트가 될 수 있고, 스마트콘트랙트로 자체적으로 승인이 가능해져서 운영 모델도 변화를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아주 높은 속도로 자체 엔진을 통해서 기준을 충족했는지 확인한 다음에 돈을 지불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분형 찬 총괄은 “이로써 자산 자체에 대한 컴플라이언스가 이뤄지는 것이 디지털 자산의 장점이며, 이를 통해서 업계 자체의 혁명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에비 튀니스 DBS은행 디지털자산 부문 책임도 프로그램이 가능한 페이먼트의 이점에 대해 동조했다.
에비 튀니스 DBS은행 디지털자산 부문 책임은 “프로그램 가능한 돈을 활용하게 되면 지원금 지급과 지급 이후에 진행되는 감사 또한 훨씬 더 수월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은 사실 기술 자체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며 “단지 그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고, 상업적으로 가능한 유스케이스를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에비 튀니스 DBS은행 디지털자산 부문 책임은 자사의 사례로 “DBS은행은 DBS 트레저리 토큰을 활용해 기업간 페이먼트가 가능하도록 했다”며 “은행 휴일을 걱정할 필요도 없고 휴무시간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은행들은 금융 혁신을 달성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머리를 맞댔다.
에비 튀니스 DBS은행 디지털자산 부문 책임은 은행들이 디지털자산 관련 솔루션을 이행하는 데 겪는 어려움으로 나라마다 다른 규제와 규제 불확실성를 꼽았다.
에비 튀니스 DBS은행 디지털자산 부문 책임은 “(기업이) 여러 지역에 진출해 있다고 한다면, 한 지역에서는 굉장히 (금융시장 등에 대해) 명확하게 정의가 돼있는 반면 또 다른 지역에서는 그렇지 않다면 (문제가) 훨씬 더 복잡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결국 어느 지역에 있느냐에 따라 각각의 관할권에서 단계가 다르고, 이들이 운영하고 있는 시장도 다르다”며 “예를 들어 스위스와 싱가포르, 일본의 규제 같은 경우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향후에는 이에 대해 조화를 이뤄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회계 기준도 조율돼야 하고 표준화가 필요하다”며 “대형기관들이 표준화를 추진할 때, 국내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가능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니 프라이 책임은 블록체인과 디지털자산에 대한 과도한 부정적 인식을 교육을 통해 바꿔야 한다고 짚었다.
조니 프라이 책임은 “블록체인, 디지털자산을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폰지 사기 아니냐’, ‘나는 도박 안 한다’고 말하며 규제 측면에서 걱정을 과하게 하는데, 이러한 (부정적 인식에 대해)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재욱 하나금융지주 상무는 "시장이 확대돼야 한다"며 “시장의 규모가 확대되려면 기관이나 연기금, 그리고 ETF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와 같은 법인들까지 거래할 수 있는 시장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짚었다.
정재욱 하나금융지주 상무는 “지난해 도입하려다 주저하고 있는 STO 같은 경우도 기술 자체를 금융회사가 끌고 갈 수 없기 때문에 어떤 파트너십을 통해 이런 부분을 확장할 것인지 매우 중요하다”며 “하나은행은 미국 빗고(BitGo)와 제휴해 가상자산 수탁사업을 준비하고 있으며, 미래에셋과 협력해 토큰증권발행(STO)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비 튀니스 책임도 은행·금융기관들끼리 협력이 필요하다고 동조했다.
에비 튀니스 책임은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인프라를 개선하고자 할 때 (은행끼리) 협력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데, 각 은행마다 도달한 지점과 발전된 수준,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분야가 모두 다르다”며 “어떤 은행은 암호화폐 자산, 어떤 은행은 자산운용, 다른 은행은 페이먼트 등에 중점을 두고 있어서 아직 조화나 조율이 일어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더 많은 은행, 금융기관들이 실질적으로 어떤 활용 가치가 있는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서로 간에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많은 분야에 집중해서 시장을 끌고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니 프라이 책임은 블록체인 도입률이 늘어나면서 생기는 상호운용성 이슈와 관련, “상호 운용이 가능하려면 핵심은 디지털 신원”이라며 “디지털 신원만 잘 확보된다면 그 다음에 상호 운용성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조니 프라이 책임은 토큰화 상품에 대해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더 끌어올리는 방안은 밈코인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제시했다.
조니 프라이 책임은 “밈코인이 도박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수천만명이 함께 하는 글로벌 커뮤니티를 몇 주 만에 만들어낸다”며 “밈코인이 왜 이렇게 인기가 있는지 이해해야 하고,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금융상품이 밈코인처럼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한다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1월 1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진행된 UDC 2024는 ‘블록체인: 현실을 변화시키는 힘(Blockchain: Powering Real World Change)’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UDC는 두나무가 블록체인 생태계 육성과 확장에 기여하고자 시작한 국내 대표 블록체인 컨퍼런스다. 매년 전 세계 분야별 전문가들이 블록체인 산업의 최신 트렌드를 공유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교류의 장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