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인 감독 서면 인터뷰…"신예은의 '방자' 연기 촬영하며 소름 끼쳐"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정년이'는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비판에도 시달렸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많이 지적된 부분은 원작 웹툰 속 핵심 캐릭터인 권부용이 드라마에서 사라졌다는 점이다.
'정년이'를 연출한 정지인 PD는 27일 드라마 종영 기념 서면 인터뷰에서 부용이 캐릭터를 삭제한 것은 주인공의 성장 서사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그는 부용이를 뺀 가장 큰 이유에 대해 "아무래도 방대한 원작을 다 담을 수 없어 좀 더 주인공의 성장 서사에 초점을 뒀고, 매란국극단 생활을 중심으로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원작 웹툰 작가와의 상의가 있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정 감독은 "제가 작품에 합류했을 때 (부용이를 뺄지 말지) 결정을 앞두고 있었다. 최효비 작가(각본), 원작 작가와 상의하는 과정에서 12부작 안에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집중시켜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그 결과 정년이의 첫 팬이자 상대역이고 국극 '쌍탑전설'의 각본가인 부용이 캐릭터는 사라지고, 그 역할은 여기저기 쪼개졌다.
원작을 보면 정년이와의 로맨스는 홍주란(우다비 분)이, 목포로 내려간 정년이를 설득하던 부용이의 행동은 허영서(신예은)가 맡았다.
그는 "부용이가 원작에서 팬·퀴어·주체적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이 있었는데 어떤 한 캐릭터에 담기보다는 드라마 전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을 담았다"고 답했다. 다만 팬,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가 어디에 담겼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부용이 대신 좀 더 집중해 풀어낸 캐릭터는 영서다.
정 PD는 정년이의 라이벌인 영서에 대해 "정년이가 보고 반할 수 있는, 가슴 뛰게 만드는 수준의 상대로 설정하고 싶었다"며 "원작 속 멋지지만, 상처가 있는 영서의 모습을 충분히 담아내자고 최효비 작가와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영서가 처음 등장하는 2회에 관해선 "영서가 정년이와 시청자들에게 자신이 '매란의 성골'이라는 점을 온몸으로 선언하는 것이 중요했다"며 "저 역시 영서가 (극중극인 '춘향전' 속 역할) 방자를 연기하는 장면을 촬영하면서 소름이 끼쳤다"고 떠올렸다.
정 감독은 여성국극이라는 장르를 시청자에게 소개하는 데 공을 많이 들였다고 강조했다.
모든 국극 촬영에 심혈을 기울였고, 10회 마지막에 정년이 어머니 용례(문소리)가 바닷가에서 '추월만정'을 부르는 장면도 열심히 촬영한 것이라고 기억했다.
그는 "정년이가 용례의 '추월만정'을 처음으로 듣는 장면"이라며 "일출과 일몰, 썰물 시간대를 몇 달 전부터 계산해 두 번에 걸쳐 촬영했다"고 말했다.
"시청자에게 생소한 장르인 여성국극을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지 가장 고민이 많았습니다. 소재가 다소 낯선 만큼 이야기와 캐릭터들은 최대한 보편성을 띨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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