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로 얼어붙은 부동 상태서 벗어나기…'호랑이 깨우기'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치유하는 방법론을 제시한 두 권의 책이 나란히 출간됐다.
세계적인 트라우마 임상심리학자이자 정신의학 칼럼니스트인 에디스 시로가 최근 출간한 '트라우마, 극복의 심리학'(히포크라테스)은 세월호 참사와 같은 집단적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방법을 소개한 책이다.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 PTG) 5단계'라고 불리는, 국내 독자에게는 아직 낯선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트라우마 치료 모델을 내세웠다.
저자는 집단적 트라우마 치유를 위해선 우선 자기가 고통받고 있고, 이를 처리할 감정적 수단이 없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전적으로 수용하는 '인식의 단계'다.
이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나 안전한 공간 또는 상황의 형태로 도움과 지원을 찾아야 한다. 저자는 이를 '각성의 단계'라고 부른다.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는 후반부 세 단계는 상당히 난해하다. 추상적인 개념이 많아 집중해서 읽어야 이해가 가능하다.
일단 긍정적인 생각과 창의적인 자기표현 등의 방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새로 써야 한다. 그런 다음 과거의 세계와 새로운 세상을 통합하고, 공동체의 적극적인 구성원으로서 타인을 돕기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각각의 과정을 '형성'과 '존재 통합', '전환'의 단계라고 칭한다. 각 단계에서 필요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도 함께 소개했다.
생물물리학자이자 심리치료사인 피터 A. 레빈의 신작 '호랑이 깨우기'(라이팅하우스)는 개인적 차원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방법을 다룬다.
저자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려면 공포로 얼어붙은 부동 상태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의 주도권을 되찾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포식자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얼어붙은 어린 임팔라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부동 상태에서 빠져나오지만, 사람은 그러지 못한다. 고도로 진화한 사람의 대뇌 신피질이 몸속에 갇힌 부동 에너지를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로 인식해 억누르기 때문이다.
저자는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해선 이 같은 억눌린 생존 에너지가 목적한 바를 이루고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포식자의 위협에서 벗어난 임팔라가 서서히 경직된 몸을 풀고 무리로 되돌아가는 것과 비슷한 과정이다.
제목인 '호랑이 깨우기'는 저자가 실제로 실시한 트라우마 치유법 중 하나다. 수술 트라우마를 겪는 환자에게 호랑이를 상상하게 해 얼어붙게 만든 뒤 서서히 몸을 움직이도록 했더니 트라우마 증상이 완화된 경험을 모티브로 삼았다.
저자는 호랑이 상상과 같은 새로운 신체 각인을 통해 기존에 실패로 끝났던 부동 상태 해소를 깔끔하게 마무리 지으면 트라우마가 치유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책은 이런 트라우마 재조정 과정과 단계별 연습 방법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 트라우마, 극복의 심리학 = 404쪽.
▲ 호랑이 깨우기 = 3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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