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김승영 작가는 3년 전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였던 어머니를 저세상으로 떠나보낸 뒤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예정돼 있던 미술관 전시도 하지 못할 정도로 심한 마음의 병을 앓은 그는 제16회 김종영미술상 수상기념전을 준비하면서 전시장 한 곳을 어머니를 기억하는 공간으로 꾸몄다.
김승영의 개인전 '삶의 다섯 가지 질문'이 열리고 있는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 3층 전시장은 작가가 어머니를 생각하며 만든 '사모곡' 같은 작품들로 채워졌다.
어두컴컴한 전시장에는 소복이 쌓인 재 위로 나무 의자 두 개가 놓였다. 의자 하나는 다른 의자에 살짝 기댄 모습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의자는 모두 불에 탄 상태라 더 이상 그 위에 앉을 수는 없다.
작품 '두 개의 의자'는 작가의 부모를 형상화한 것이다.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기댄 모습을 의자로 표현했고 의자 밑에 놓인 재는 실제 어머니의 유품과 아버지의 일기장 등을 태운 것이다.
벽면에 걸린 '보라' 작품에도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담겼다. 어머니가 가장 좋아한 색인 보라색 실로 어머니의 마지막 순간 심박 그래프 모양을 작가가 직접 수놓은 작품이다. 전시장 입구의 작은 모니터에서는 어머니의 생전 뒷모습을 담은 영상이 재생된다.
1층 전시장에는 '자화상'이 놓였다. 1999년 자신의 실물 크기 사진을 벽에 느슨하게 붙인 뒤 사진이 떨어지면 마치 유령처럼 나타나 사진을 붙이기를 반복하는 작가의 모습을 담은 퍼포먼스 영상이다. 작가는 이 작품 맞은편에 이번 전시를 위해 25년 만에 같은 퍼포먼스를 재연한 영상을 함께 걸었다.
지난 25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마치 일기장을 펼쳐놓은 것처럼 내 삶과 관계된 전시"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3층 전시는 어머니에게 바치는 전시"라면서 "이번 전시가 끝나면 남아있는 유품도 태우고 좀 놓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12월 29일까지. 무료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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