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족 등 도움…전문가가 직접 스트레스 측정·심리상담
(세종=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이 초록색 뇌파는 '주변 인식을 많이 하고 있다'는 신호예요. 노란색은 집중할 때 우세한 뇌파고, 파란색은 안정한 상태에서 많이 나오죠."
지난 26일 세종시 보건복지부 청사를 방문한 '마음안심버스'에 기자가 직접 탑승해 마음 검진 서비스를 받아봤다.
이마와 귓불에 측정기를 붙이고 전문가의 지시에 따라 기다리자 즉석에서 측정치가 적힌 뇌파와 맥파(맥박이 말초 신경까지 전해지며 이루는 파동) 검사 결과서가 나왔다.
정신건강전문요원은 "스트레스와 뇌 부하 정도가 높게 나왔지만, 일시적일 수 있으니 주기적 재측정을 해봐야 한다"며 "전반적인 뇌 건강 점수는 70점으로 양호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맥파 검사 결과서에는 스트레스와 피로, 신체 활력 정도가 나왔다.
"주관적으로 느끼는 스트레스가 있겠지만 다행히 자율신경계가 잘 작동하고 심장도 규칙적으로 뛰는 상태입니다."
검사 후에는 해당 결과를 바탕으로 버스 한쪽에 마련된 상담실에서 전문가에게 일대일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공신력 있는 척도에 따른 검진 도구를 통해 일반 정신 건강, 우울, 불안과 걱정, 자살, 중독, 수면 등의 문제를 진단한다.
검사 결과 마음 건강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연계하거나 병원 방문을 안내한다.
마음안심버스는 국가·권역 트라우마센터와 지역별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운영하는 찾아가는 정신건강 검진 서비스다. 17개 시도에 1∼6대씩 배치돼 있으며 전국에서 총 50대가 운영 중이다.
평상시에는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 학교, 민간 기업 등 지역사회의 신청을 받아 주민들의 마음 건강을 진단하고, 화재나 수해가 발생한 경우 재난 트라우마가 우려되는 피해자들을 찾아가기도 한다.
상담요원들은 각 센터 소속의 임상심리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작업치료사 등이다. 필요에 따라 정신건강 전문의도 버스에 배치된다.
이들의 방문 우선순위는 외출이나 거동이 불편한 이들, 장애인·노인·아동 돌봄 시설, 학교와 직장 등이다.
재난 경험자들도 긴급 방문 대상이다. 트라우마 위험이 있는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지난 여름 발생한 수해의 피해자들이 마음안심버스의 도움을 받았다.
올해는 지난 9월까지 전국에서 총 3천213회 운행됐고 12만97명에게 검진과 상담 서비스를 제공했다.
직접 마음 건강 진단을 받으러 나서기 어려운 신체적·경제적 취약계층을 찾아가 대상자를 발굴하고 위험군을 적절한 치료로 연계한다는 게 마음안심버스의 운영 취지다.
현장에서 만난 정신건강전문요원 A씨는 "최근 '아무렇지 않다'고 하셨던 40대 화재 경험자가 버스에 탑승하신 적이 있었는데 실제로는 수면과 자율신경계에 문제가 있고 피로도도 높은 것으로 나왔다"고 전했다.
A씨는 "심층 상담을 진행하니 그제야 '사실 좀 힘든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고 나갈 때는 본인의 상태에 대해 잘 알게 돼 만족해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외로움에 따른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이날 검사를 진행한 충남권트라우마센터 관계자는 "특히 혼자 사는 노인들이 몸이 아프고 외로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며 "고령화와 1인 가구 급증에 따라 독거노인 등에 서비스를 많이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각종 재난 피해자와 노인, 장애인 등 지역사회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직접 찾아가는 심리 지원이 원활하게 제공되도록 마음안심버스를 더 적극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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