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트럼프팀, 북미 정상간 직접 대화 추진 검토" 보도
러 손잡은 김정은 화답 여부 관건…美서도 우선순위일지는 미지수
3차 회담 성사되면 '北 비핵화 목표' 견지 여부가 韓 안보에 중요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이 북미 정상외교 재추진을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함에 따라 한반도 정세에 '트럼프발 지각변동'이 일어날지 주목된다.
로이터는 트럼프 당선인 측이 트럼프 당선인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직접 대화 추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팀은 이런 새로운 외교 노력을 통해 북한과 무력 충돌 위험을 줄일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과 김 위원장은 2018∼2019년 싱가포르와 베트남, 판문점에서 3차례 만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때 북미 정상외교에 깊이 관여한 알렉스 웡 전 대북특별부대표를 차기 백악관의 국가안보 수석 부(副)보좌관으로 최근 발탁함으로써 북미대화에 의지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는데 이번 보도는 그에 힘을 싣는 것이었다.
북미대화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구상은 지난 7월 공화당 전당대회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드러난 바 있다.
당시 그는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우리가 재집권하면 나는 그(김정은)와 잘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김정은) 역시 내가 돌아오기를 바랄 것이고, 그가 나를 그리워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관계복원을 자신했다.
북핵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북미 정상외교는 해 볼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었다.
자신의 집권 1기 때 실질적 북핵 문제 해결의 진전을 보진 못했지만,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한동안 중단시킨 것과 유사한 정도의 상황 관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낳았다.
그러나 북미 정상회담이 실현되기까지는 작지 않은 장애물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중평이다.
우선 트럼프팀이 북미정상외교를 검토한다고 하더라도 우크라이나전쟁과 중동전쟁 등 다른 더 시급한 대외 현안들이 있고, 취임 첫날부터 시작하겠다고 공약한 불법체류자 추방 등 우선순위로 내세운 국내 현안들도 많다.
또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5년간 '먼 길'을 떠나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시 트럼프 당선인과의 대화에 나서려 할지도 미지수다.
김 위원장은 바이든 행정부 4년 내내 북미대화의 문을 닫은 채 핵·미사일 고도화에 매진했고, 우크라이나전쟁을 기회로 삼아 러시아를 전폭적으로 지원함으로써 북러관계를 사실상의 동맹 수준으로 격상했다.
더욱이 현재 미국-러시아 관계가 냉전 이후 최저점을 찍고 있는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김 위원장이 '동맹국'인 러시아와 각을 세우고 있는 미국과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나서는 결단을 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김 위원장은 21일 평양에서 열린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4' 개막식 기념연설에서 "우리는 이미 미국과 함께 협상주로의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보았으며 결과에 확신한 것은 초대국의 공존의지가 아니라 철저한 힘의 입장과 언제 가도 변할 수 없는 침략적이며 적대적인 대조선(대북)정책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만약 트럼프 당선인이 공언한대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조기에 종결짓고, 미러 관례를 개선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러시아로서는 전쟁이 종식될 경우 지금처럼 북한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상황이 아니게 될 것이고, 그 경우 김 위원장으로서도 외교의 다변화를 모색함으로써, 국제무대로 나갈 기회를 모색하려 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으로선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북핵·미사일 위협을 관리하는 수준 이상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미러관계 개선 흐름에 북한까지 엮고, 중국은 압박과 디커플링(무역 및 공급망에서의 특정국 배제)으로 몰아세우는 '갈라치기' 전술을 구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의 전략경쟁 상대인 중국 견제에 '올인'(다걸기)할 수 있는 국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한 뒤 북한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북미정상외교가 다시 추진될 경우 한반도 정세에 '양날의 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꽉 막힌 판을 움직이는 긍정적 현상 변경 요인이 될 수도 있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가 동맹국인 한국의 안보 이해를 경시하는 결과로 연결될 경우 북한 비핵화는 '목표'로도 존치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 1기 북미 정상외교에 실무자로 참여한 랜들 슈라이버 전 미 국방부 차관보는 21일 "김정은과의 새로운 관여 시도는 싱가포르(2018년 6월)와 하노이(2019년 2월)에서 열린 두 번의 북미 정상회담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며 "핵 문제보다 더 광범위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한 것은 주목할 여지가 있다.
그는 북미 간의 새로운 외교 시도는 "더 넓은 영역을 다룰 것이며, 우리가 비핵화를 추구하는 맥락에서 논의해온 모든 범위의 이슈가 테이블 위에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상호 공관 개설을 통한 북미간의 정치적 관계 강화, 경제 협력 및 개발 지원, 한국전쟁의 공식적 종결 등이 의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북한이 비핵화를 전면 거부하며, 러시아라는 뒷배까지 확보한 상황에서 비핵화를 의제화하려면 북한이 바라는 모든 정치·경제적 요구를 테이블 위에 올려야 할 상황임을 지적한 발언이었다.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설정한 상황에서 북미정상회담이 다시 열린다면 한국 입장에서도 긍정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비핵화라는 목표 설정 없이 북핵과 관련한 대미(對美) 위협만 동결(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중단 등)하고, 그 대가로 미국이 대북제재 해제와 북미관계 정상화 등에 나설 경우 안보를 포함한 한국의 중장기적 국가 전략에 부정적 요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일각에서는 보고 있다.
무엇보다 북미간 정상외교가 시도될 경우 한국을 철저히 배제하려는 북한의 뜻이 관철되지 않도록 한미, 한미일 간에 긴밀한 조율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대화에 앞서, 북한 비핵화와 주한미군을 포함한 한미동맹 유지 등 한국의 안보 이해가 관철될 수 있도록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긴밀한 사전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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