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데뷔 앞두고 다저스 감독 칭찬받은 김택연, 신인왕 등극

연합뉴스 2024-11-27 00:00:44

고졸 신인으로 입단 첫해에 특급 마무리로 자리매김

2024 KBO 시상식, 김도영과 김택연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김택연(19·두산 베어스)은 한국프로야구 정규시즌 데뷔전을 치르기도 전에 빅리거들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주목받았다.

꽤 많은 신인 선수들이 프로 입단 전까지는 '대형 유망주'로 평가받다가 개막 후에는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한다.

하지만, 김택연은 메이저리그(MLB)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타자를 상대로 경쟁력을 증명했고 단숨에 KBO리그 최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자리 잡았다.

짜릿했던 2024시즌의 엔딩 컷은 '신인왕 등극'이었다.

김택연은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정규시즌 시상식에서 신인왕 트로피를 들었다.

기자단 투표에서 유효표 101표 중 93표를 휩쓴 압도적인 수상이었다.

2024 KBO 신인상 수상자는 김택연

김택연은 올해 3월, 빅리그 사령탑의 칭찬을 받았다.

3월 18일 고척돔에서 한국 대표팀 멤버로 다저스와 평가전에 나선 김택연은 2-4로 뒤진 6회말 등판해 두 타자를 모두 삼진 처리했다.

지난해까지 빅리그 811경기에 출전한 테오스카 에르난데스를 상대로 1볼-2스트라이크에서 시속 151㎞ 직구를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더니, 제임스 아우트먼에게는 3볼에 몰린 뒤 시속 149㎞, 150㎞, 149㎞ 직구를 연속해서 던져 헛스윙 삼진을 끌어냈다.

경기 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아우트먼이 '김택연의 구위가 엄청났다. 스트라이크존 상단에 꽂는 공이 위력적이었다'고 말했다"고 전하며 "구속은 시속 91마일(약 146㎞) 정도였던 것 같은데, 실제로는 시속 95∼96마일(약 153∼154.5㎞)의 위력이 있었을 것"이라고 김택연을 극찬했다.

신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두산 김택연

시련은 있었지만, 슬기롭게 극복했다.

김택연은 KBO리그 1군 데뷔전이었던 3월 23일 NC 다이노스전에서는 1이닝 2피안타 2실점으로 고전했다.

3월 30일부터 4월 8일까지 열흘 동안 2군 생활도 했다.

김택연은 "1군 데뷔전의 실패가 내게 약이 됐다. 그 실패를 발판 삼아 성장했다"며 "그날 경기는 잊지 않고 있다"고 했다.

실패를 디딤돌로 삼은 김택연은 이승엽 두산 감독이 가장 믿는 불펜 투수로 자리매김했고 6월부터 마무리로 승격됐다.

올 시즌 김택연의 성적은 3승 2패, 19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08이다.

시속 150㎞를 넘나드는 빠른 공과 두둑한 배짱으로 무장한 김택연은 빛나는 기록도 세웠다.

7월 23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는 19세 1개월 20일의 나이로 시즌 10번째 세이브를 거둬 2006년 나승현(당시 롯데 자이언츠)이 19세 2개월 10일에 달성한 최연소 단일시즌 10세이브 기록을 경신했다.

8월 27일 창원 NC 다이노스와 경기에서는 시즌 17번째 세이브를 수확해 2006년 나승현의 16세이브를 넘어 고졸 신인 최다 세이브 기록도 작성했다.

10월 3일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에서도 kt wiz를 상대로 2⅓이닝을 2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신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두산 김택연

두산 팬들은 김택연의 초고속 성장을 반기면서도 '첫 시즌에 너무 많은 공을 던지는 건 아닐까'라고 부상을 우려했다.

하지만, 김택연은 "전혀 문제없다. 몸 상태, 휴식일 등을 철저하게 관리하면서 등판했다"며 "체력적, 신체적인 부담은 전혀 없다. 비시즌에 열심히 훈련해서, 내년에는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두산 팬들은 김택연의 이런 '성숙한 인터뷰'에도 환호한다.

jiks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