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정기선, 70조 향한 결단…한화·HD현대, K-조선·방산 '원팀'

뷰어스 2024-11-26 18:00:21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왼쪽),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사진=각 사)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최근 고소·고발로 날을 세우던 것을 취하하고 K-조선·방산의 수주에 집중하려는 모습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한국 조선 업계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고, 미국 군함 MRO(유지·보수·정비)와 폴란드와 캐나다의 잠수함 수주 가능성 등의 기회도 기대되고 있어서다.

■ 한화오션-HD현대重, 고소 취하…김동관·정기선 대승적 결단

26일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양측은 최근 서로 경찰 고소에 나섰던 것을 취하하기로 했다. 한화오션은 지난 22일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군사기밀 유출 관련 수사·처벌’ 고발을 취소했고, 이어 25일 HD현대중공업도 지난 5월 한화오션 관계자들에 대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한 것에 대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소취하서를 제출했다.

한화오션은 “정부의 원팀 전략에 협조하고 중국이 공격적인 투자로 글로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조선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업체 간 상호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국내 기업 간 신뢰 구축을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고발을 전격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도 “국내 조선산업 발전과 K-방산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취하를 결정했다”며 “우리 조선업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만큼 이 결정이 K-방산 수출 확대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앞서 한화오션은 지난 3월 HD현대중공업 임원을 군사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당시 한화오션은 KDDX 개념설계 유출 사건에 HD현대중공업 임원이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임원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한화오션 직원들을 허위 사실 적시·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했다. KDDX 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면서 고발까지 이어졌던 것이다.

양측은 KDDX 사업 관련 갈등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긴 어렵지만, 호황기를 맞은 K-조선과 방산 분야 수주를 앞두고 글로벌 시장에서 원팀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배경에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서로 간의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 국내 조선 3사, 동반 흑자 눈앞…“70조원 캐나다 잠수함 수주 협력 중요”

이도 그럴 것이 국내 대형 조선 3사는 13년 만에 동반 흑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세계적인 친환경 선박 기조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연내 수주액은 400억 달러(한화 약 5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방산 분야도 수출 기회가 열리고 있다. 하지만 국내 빅2 조선사가 싸우고 있는 사이 최근 호주 수주전에서는 이러한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10조원 규모의 호주 ‘SEA 3000’에 양사가 수주에 나섰지만,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즈(TKMS)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오른쪽)과 미국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관 스티븐 쾰러 제독(가운데)이 거제사업장에서 정비 중인 ‘월리 쉬라’함 정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한화오션)


아직 기회는 남았다. 캐나다·폴란드·필리핀 3개국의 잠수함 사업이다. 이들 사업들은 합산 약 80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수주 건이다. 캐나다 해군은 ‘캐나다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CPSP)’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노후한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3000t급 신형 디젤 잠수함 12척으로 바꾸는 사업이다. 사업 규모는 약 70조원 내외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앵거스 탑시(Angus Topshee) 캐나다 해군총장은 지난 10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찾은데 이어 12일에는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를 방문해 K-조선·방산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에게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야드와 건조 중인 함정을 소개하고 있다.(사진=HD현대)


폴란드 오르카(ORKA) 프로젝트도 있다. 이는 폴란드 잠수함 현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3척의 신형 잠수함을 도입하는 프로젝트다. 사업 규모는 약 4조원에서 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호주 호위함 수주 실패 이유 중 하나로 원팀의 부재가 지적되고 있다”며 “추후 해외사업에서 힘을 모아 입찰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현재 가장 큰 사업인 캐나다 CPSP는 납기일 준수가 관건인데, 양사가 수주를 할 경우 임무를 서로 나눠 업무를 진행해 납기일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일본 카와사키중공업과 미쓰비시중공업은 납기 문제로 약 70조원 규모의 캐나다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 입찰 참여를 포기한 것으로 보도가 나오고 있다”면서 “납기와 중국 견제를 위한 태평양 지역 운용까지 함께 고려한다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수주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