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김병탁 기자] 브이티가 신사업으로 추진해오던 수소연료전지 사업이 정부 정책 변화로 난항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사업 철회에 이르는 수준까지 사업성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2차전지 역시 현재 추가적인 투자계획은 없어 사실상 철회 수순을 밟고 있다.
또한 코스메틱 사업 부문에 집중하고자 라미네이팅(재료 표면을 보호하고 강화하기 위해 필름을 덧붙이는 공정) 사업 부문도 지난해 물적 분할해 매각 인수자를 물색 중이다.
◇ 제도 변경으로 수소전지 수익성 악화 우려…사업 전면 재검토
26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브이티는 수소연료전지 사업 부문을 철회에 이르는 수준까지 사업성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브이티는 지난 2019년부터 한국지역난방기술과 수소연료전지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하는 등 수소에너지 사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지난 2021년에는 구미의 수소에너지발전소 건립부지를 37억원에 인수 계약했으며, 현재까지 중도금으로 24억원을 지급했다. 또한 지난해에는 25억원을 투자해 자회사인 브이티에코플랜트를 설립하고 전담조직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수소에너지 입찰방식의 변화로 원래 계획대로 수소연료전지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워졌다.
2023년 전까지 수소에너지를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전력 판매판매 공급방식은 RPS(공급의무화) 방식이었으나, 현재는 CHPS(수소입찰제도) 방식으로 변경됐다.
RPS는 일정 규모(500MW) 이상의 발전사업자(공급 의무자)에게 총 발전량의 일정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공급하는 제도로, 특정 여건이 크지 않고 발전사업자와 계약만 있으면 쉽게 공급이 가능했다.
하지만 CHPS의 경우 청정수소의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RPS를 보완한 제도다. 기존과 달리 경쟁입찰 제도로 △발전단가인 가격 지표 △전력 계통 영향 △산업 및 경제 기여도 등의 지표를 종합평가해 최종 낙찰자가 선정된다.
브이티는 이러한 제도 변경으로 인해 초기 예상보다 사업성이 크게 난항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브이티 관계자는 “2023년 수소법에 기초한 수소경제 활성화 정부정책방향의 전환에 따라 기존 RPS제도 방식으로의 사업진행이 불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따라 지난해 브이티에코플랜트 자회사를 설립해 입찰시장 참여를 시도했으나, 수소입찰시장에서의 입찰 배점 기준상으로는 경북지역이 계통수용성(지역수급비율 및 수요지인근여부) 항목평가에서 하급지로 분류되는 문제로 인해 낙찰에서 성과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브이티가 오랜 기간 추진한 신사업인 수소연료전지 사업이 큰 결실 없이 철회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브이티는 구미 부지(37억원) 확보와 자회사 설립(25억원) 등 현재까지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위해 수십억원의 비용을 지출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브이티 관계자는 “이번 사업의 추진을 위해 현재 유관기관 및 지차체와 꾸준한 소통을 하면서 내년도 사업추진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주변 여건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 2차전지 추가 투자계획 '제로'…라미네이팅 사업 부문 매각 추진
다른 신사업인 2차전지 사업 부문 역시 현재 추가적인 연구개발이 중단됐다.
브이티는 지난 2021년 2차전지 배터리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고 관련 사업을 본격 추진해왔다. 이를 위해 2021년 3월 한국전기차협동조합 에디슨모터스와 공동사업을 체결했다.
이후 브이티는 한국전기연구원의 기술지원을 받아 100mm 크기의 양극재 소재를 제작 가능한 장치를 2022년에 개발 완료했다고 밝혔다. 또한 사업보고서를 통해 2023년 내 리튬황 전지의 양극재를 양산할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브이티는 “현재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코스메틱 분야에 더 집중할 계획이며 이에 맞춰 사업을 재편한 상황이다”라며 “사업목적에서 2차전지 부문을 소거하지 않았으나, 당분간 해당 사업을 추진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2차전지 사업은 당시 신사업으로 추진된 사업부문이며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으며, 회사의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고 있다”며 “사업 재편을 통해 코스메틱 및 이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핵심 사업(엔터테인먼트, 바이오)만 남기도 사업을 정리하는 것이다”라고 부연했다.
라미네이팅 사업 부문 역시 이번 사업 재편으로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브이티는 지난해 7월 라미네이팅 부문을 물적분할해 지엠피를 설립했다. 지엠피의 경우 현재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브이티 관계자는 “작년 7월 물적분할 완료해서 현재 시장에 매물로 내놓은 상황이다”라며 “아직까지 적합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브이티의 반복되는 무분별한 사업 확장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브이티는 지난 2021년 블록체인 부문도 사업 목적에 추가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사업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브이티의 경우 지난 2021년 2차전지와 블록체인 사업 추진으로 한때 시장의 큰 주목을 받았다”며 “하지만 현재 해당 사업이 대부분 철회 수순을 밟으면서 무분별한 경영의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