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방송 고통 속 자극 불필요" vs "위험 주장 이해 어려워"
(김포=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경기도 김포시가 접경지역인 애기봉에서 대형 태극기 게양대 설치 방안을 검토하면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김포 시민단체인 시민의힘에 따르면 김포시는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안에 높이 40m 규모 대형 국기 게양대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는 내년도 예산안에 설치 예산 1억원을 반영했으며 추진 사유로는 '국가 자부심과 애국심을 고취하고 통일을 희망하는 상징성 있는 구조물을 설치해 관광 명소화를 추진한다'고 명시했다.
이 같은 계획이 알려지자 시민의힘은 이날 논평을 내고 "국기 게양대 설치를 '애국심 고취'로 포장했지만 과거 애기봉에 있었던 등탑과 마찬가지로 전쟁 심리전의 수단일 뿐"이라며 "남북 간 긴장·갈등·공포만 키우는 전혀 존재 의미가 없는 구조물"이라고 주장했다.
시민의힘 관계자는 "북한의 대남 확성기 소음이 수개월째 이어지면서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는데 굳이 태극기를 설치해 북한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며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할 예산이 있다면 접경지역 주민을 위한 방음시설 설치나 심리지원 등에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6월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에 110억원을 들여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려고 하다가 국가주의를 강요한다는 지적을 받았고 '시민 의견을 듣겠다'며 한발 물러선 사례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김포시는 애기봉을 글로벌 관광 명소로 육성하는 과정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관련 계획을 반영했을 뿐이고, 태극기 설치로 북한을 자극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포시 관계자는 "북한 군부대와 인접한 파주 오두산 전망대에도 이미 대형 태극기 게양대가 설치돼 있다"며 "김포 애기봉에 태극기를 설치한다고 위험하다는 주장에는 정치적인 배경이 있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명소로 육성하는 애기봉에 외국인들이 왔을 때 기념하고 사진도 촬영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려고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했으나 (시의회가 파행을 빚고 있어) 추진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시민이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기봉은 1971년부터 매년 연말이면 높이 18m 철탑을 크리스마스트리로 꾸며 점등하면서 유명세를 누렸던 곳이다.
그러나 성탄 트리는 평화를 기원하는 애초 취지와 달리 남북 갈등을 불러왔고, 국방부는 2014년 시설 노후화 등을 이유로 철탑을 철거했다.
과거 북한은 등탑을 '대북 선전시설물'로 규정하며 철거를 요구했고 2010년에는 포격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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