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최용구 기자] 브라질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가 FPSO(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 15기에 대한 운영 및 추가 계획을 세우면서 조선업계에 기대감을 불어넣고 있다.
중국과 경쟁이 치열해진 선박 건조 시장의 변수를 줄일 대안으로 FPSO 등 해양플랜드가 재주목 받고 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페트로브라스 이사회는 2029년까지 10기의 FPSO를 추가 운영한다는 사업 계획을 승인했다. 여기에는 2030년 이후 5개의 FPSO를 신규 건설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페트로브라스의 이번 결정은 글로벌 해양플랜트의 지속성을 담보할 만한 시그널이 될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이미 FPSO를 운영하며 수익을 내고 있는 국영 기업인 데다가 브라질에서 해양플랜트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기 때문에 사업 이행에 필요한 자금 조달 리스크는 크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페트로브라스의 FPSO 프로젝트는 국내 조선업계엔 낯익은 사업이다. 향후 브라질발 해양플랜트 발주가 조선업에 활력을 더할 것이란 전망도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선박 시장에서 중국의 광폭 행보를 의식한 국내 조선사들은 해양플랜트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된 상황이다. 중장기적인 실적을 견인하려면 해양플랜트에서 격차를 벌려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중공업은 건조 실적 우위와 엔지니어링 고도화 등으로 해양플랜트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갈 방침이다. 한화오션은 해양플랜트 부문 글로벌 인재 확보와 거점 마련을 위해 싱가포르 다이나맥 홀딩스 인수에 나섰다. HD한국조선해양은 시장을 살피면서 추가 사업을 모색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해양플랜트 사업을 수행할 가용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불안요소다.
해양플랜트 수주를 두고 국내 업체 간 과다 경쟁이 일었던 지난 2010년대 이후 상당수의 전문인력이 정리되거나 회사를 떠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무리한 수주로 큰 손실을 떠안게 되자 업계 전반에선 해양플랜트 사업에 함부로 나서지 않겠단 분위기가 형성됐고, 결국 조직개편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7~8년 동안 해양플랜트 인력들의 이동이 많았다”면서 “설계 노하우를 가지고 있던 이들도 나이가 들며서 퇴직한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선박 건조에서 적정 규모의 사업을 유지하면서 해양플랜트와 군 함정 부문에서도 점차 수주를 늘려가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글로벌 해양플랜트 수요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해양에너지 리서치기관 에너지 마리타임 어소시에이츠(EMA)는 지난해 발표한 ‘반잠수식 원유생산설비 아웃북 리포트 2024-2028 보고서’에서 향후 5년간 최대 1730억달러(약 241조원) 규모의 해양플랜트 사업이 발주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현수 인하공업전문대 조선기계공학과 교수는 “석유기업들 입장에선 단순한 오일 판매뿐 아니라 수소나 메탄올로 리포밍하는 사업을 통해 미래에도 헤게모니를 가져가려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해양플랜트 수요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