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18년 INF 일방 파기…中 미사일 전력 대응조치
러시아도 가세…"美가 배치하면 우리도 한다"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2018년 10월 20일(현지시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과거 러시아와 체결했던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의 파기를 공식화했다.
11·6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원유세를 위해 네바다 주 엘코를 방문한 트럼프는 당일 기자들과 만나 "모스크바(러시아 정부)가 합의를 위반했다"고 파기 이유를 설명했다.
INF는 동서 냉전 말기인 1987년 12월 8일 미국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서명으로 체결됐다.
조약 내용의 핵심은 사거리 500∼5천500km인 중·단거리 탄도 및 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실험, 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것이었다.
동서 냉전 시대 치열하게 전개됐던 군비 경쟁을 종식한 문서로 평가됐다.
이에 따라 양국은 1991년 6월까지 중·단거리 탄도·순항 미사일 2천692기(미국 846기, 소련 1천846기)를 폐기했다. 유럽과 동아시아 일대에 배치됐던 양국의 중거리 핵무기들이 차례로 철거됐다.
소련 연방이 붕괴된 이후에도 미국과 러시아의 핵미사일 감축노력은 이어졌다.
1991년 7월 양국이 서명한 '전략무기감축조약(스타트·START)'이 대표적이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러시아가 단거리 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 시리즈를 개발하고, 미국이 유럽미사일방어(MD)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면서 양국의 군축 기조가 흔들렸다.
특히 미국은 2017년 2월 러시아의 이스칸데르(SSC-8) 순항미사일 발트해 연안 실전배치를 조약 위반 사례로 거론했고,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INF 파기 선언으로 이어진 것이다. 미국은 2019년 8월 2일 INF에서 공식 탈퇴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INF 파기에 대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한 중국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했다.
트럼프의 INF 파기 선언 직후인 2019년 8월 3일 호주에서 당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아시아 지역에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전개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중국은 INF 조인국이 아니어서 탄도미사일 등 중거리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결국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은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4월 찰스 플린 미 육군 태평양 사령관은 "중거리 능력을 갖춘 발사장치가 곧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된다"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그는 "중국군의 능력은 점점 증강하고, 군사적 수단을 사용하는 데 있어 무책임한 길을 가고 있다"며 "대항할 방법을 찾는 것은 미 육군에게 매우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일본이나 필리핀 등에 중거리 미사일 시스템을 배치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괌과 대만, 일본 등지를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 미사일을 다수 보유한 중국도 더욱 미사일 전력 확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대결하고 있는 러시아도 가세하고 나섰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25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아시아 국가들에 중·단거리 미사일 배치 가능성을 고려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물론 이것은 반복적으로 언급해온 잠재적 선택지 중 하나"라고 답했다고 타스 통신 등이 전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그런 미국 시스템이 세계 어느 지역에 등장하느냐에 따라 군사·군사기술적 대응을 포함한 우리의 다음 조치가 결정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파기된 INF의 복원은 미국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 등 강대국들의 군비 경쟁의 고조로 요원해지고 있다.
더구나 아시아 지역이 미사일 개발 및 배치를 둘러싼 군비 경쟁의 전장으로 비화하는 형국이다.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