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硏 "선천성 면역 단백질의 DNA 메틸화 정도와 관련"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은 김미랑 박사 연구팀이 '대사 이상 지방간'(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지방간염으로 악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후성유전적 변화를 규명했다고 26일 밝혔다.
지방간은 음주 습관에서 비롯되는 '알코올성 지방간'과 음주와 큰 관련이 없는 '비알코올성 지방간'(대사 이상 지방간)으로 나뉜다.
대사 이상 지방간에 의한 대사이상지방간질환(MALD)은 가벼운 지방간에서 만성 간염, 간경변증, 간암에 이르는 다양한 질환을 포함하는데 흡연, 식습관, 운동 부족 등과 같은 환경적 요인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대사 이상 지방간 유병률은 32%에 달하는데, 현재 치료제로는 지난 3월 승인된 '레즈디프라'(Rezdiffra) 밖에 없다.
새로운 치료제 개발을 위해서는 MALD 발병에 이르는 유전학적 원인을 밝힐 필요가 있다.
연구팀은 서울시보라매병원과 공동으로 MALD 환자의 간 조직을 대상으로 DNA를 분석해 간 섬유증이 선천성 면역 물질인 보체 단백질의 후성유전적 변화와 관련이 있음을 확인했다.
보체란 외부 병원체를 공격해 파괴하는 역할을 하는, 면역 반응을 촉진하기 위해 작용하는 혈액 내 여러 단백질의 집합을 의미한다.
후성유전은 타고난 DNA 염기서열은 변하지 않은 채 질병이나 환경 등 외부 요인으로 유전자 발현이 조절되는 것을 뜻한다. DNA의 시토신·아데닌 염기에 메틸기가 추가되는 'DNA 메틸화'가 대표적인 후성유전의 예이다.
연구팀이 MALD 환자 106명의 생검 표본을 분석한 결과 지방간염으로 악화한 샘플에서 보체 단백질의 DNA 메틸화가 과도하게 높거나 낮게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미랑 박사는 "대사 이상 지방간질환 진행 과정에서 일어나는 보체 유전자의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처음으로 밝혀냈다"며 "대사 이상 지방간질환 진행의 핵심 기제를 이해하고 표적 치료기술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임상분자간학'(Clinical and Molecular Hepatology) 지난달 호에 실렸다.
j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