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홍제동 화재 소재…느슨한 서사에도 울림 작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소방관을 영어로는 '파이어파이터'(firefighter)라고 한다. 말 그대로 불(fire)과 싸우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구조반장 진섭(곽도원 분)은 소방관을 부르는 이름 중 '파이어파이터'가 가장 맘에 든다고 말한다.
'소방관'(Firefighters)은 영어 제목대로 불에 맞서 싸우는 이들의 분투를 현실감 있게 그려낸 영화다. 2001년 발생한 서울 홍제동 화재를 소재로 했다.
영화는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불을 생생히 담아낸다. 불은 구조대 목숨을 앗아가는 위협적인 존재다. 언제 어떻게 확산할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연기는 시야를 가려 앞이 보이지 않는다. 영화가 담아낸 불은 화마(火魔) 그 자체다.
그런 지점에서 오는 공포감이 보는 이에게까지 전달된다. 불이 타는 소리, 그 불을 끄려는 물소리, 구조대원들의 숨소리까지, 관객은 소방관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체험한다. 이는 소방관의 분투에 현실감을 더하는 부분이다.
제작진은 컴퓨터그래픽(CG)을 최소화하고 실제 불을 피워 화재 현장을 생생히 촬영했다. 배우들이 산소마스크를 쓰고 불 속으로 들어가면 촬영팀이 그 뒤를 쫓았다. 출연진은 촬영을 위해 소방 교육을 수료했다.
반면 또 다른 주인공인 소방관들의 서사는 느슨한 편이다.
영화는 신입 철웅(주원)이 '진정한' 소방관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주된 서사로 한다. 화재 현장에서 비롯된 그의 내적 갈등이 해소되는 과정을 그린 셈인데, 촘촘하게 서사를 쌓아가기보다는 손쉽게 결론에 이르는 느낌을 준다.
영화는 다른 소방관들의 삶도 그려내며 그들 하나하나에 서사를 부여한다.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주연 배우 곽도원도 영화의 주된 서사를 차지한다.
곽경택 감독은 지난 25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화가 (촬영을 마친 뒤) 오랜 기간 있다가 개봉하다 보니 요즘 트렌드에 비해 다소 속도가 늦은 감이 있어서, 재미있게 보여질 수 있도록 초반부 스피드를 올리는 편집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며 "곽도원 배우의 분량을 빼기 위해 편집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느슨한 서사에도 영화가 주는 울림 자체는 작지 않다. 소방관이라는 직업이 갖는 무게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화마에 맞서 사람을 구한다는 직업의 소명 의식은 보는 이를 숙연하게 한다.
가수 박효신이 5년 만에 내놓은 신곡 '히어로'(HERO)도 영화에 삽입돼 감동을 더한다.
곽 감독은 "실화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누군가의 희생을 기리는 만큼, 재주나 테크닉보다는 치열함과 진정함으로 승부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2월 4일 개봉. 106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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