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장은진 기자] 증권업계가 각종 이벤트를 동원해 '퇴직연금(IRP) 갈아타기'를 장려하고 나섰다. 퇴직연금 실물이전제가 지난달 말 도입됨에 따라 은행권과 타사고객을 겨낭해 유치 경쟁에 돌입한 모양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보유하고 있는 상품을 다른 금융사로 옮길 때 고객이 보유 중인 상품 그대로 이전할 수 있는 서비스다.
과거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증권사로 이전하려면 기존 운용상품 해지에 따른 중도해지 비용과 펀드 환매 후 재매수 과정에서 금융시장 상환 변화로 인한 기회비용 등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퇴직연금 실물이전제가 도입되면서 기존 운용상품을 해지하지 않고 퇴직연금사업자만 갈아탈 수 있게 됐다.
퇴직연금을 손쉽게 갈아탈수 있게 되면서 수익성 높다고 알려진 증권사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특히 삼성·미래에셋·한국투자·KB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은 실물이전 고객을 대상으로 상품권 지급 행사를 쏟아냈다. 이들 증권사는 최대 2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증정하며 신규 고객유치를 진행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머니무브'를 노린 곳은 현재 퇴직연금 시장을 주도 중인 은행권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400조878억원이다. 이중 은행권의 퇴직연금 적립 규모가 210조2811억원이다.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의 52.56%를 은행이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보험사 퇴직연금 적릭금의 경우 '보험계약'에 묶여 제한이 이전됐다는 점도 한 몫했다.
문제는 동종계좌 간 이동 허용부분이다. 리츠, 머니마켓펀드(MMF), 주가연계증권(ELS)와 같은 특정 상품은 이전이 불가능하고 이전할 금융사가 해당 상품을 보유하고 있어야만 실물이전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예금·펀드·ETF 등 대부분의 상품이 이전 대상에 포함되지만 디폴트옵션(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이나 보험계약 등은 이전이 어렵다.
디폴트옵션에 원금보장형 상품이 포함돼 의도가 퇴색된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증권사의 원리금 비보장형 개인형퇴직연금(IRP) 최근 1년 수익률이 12.42%로 은행(13.06%)보다 낮다고 알려지면서 '갈아타기' 수요는 더욱 감소하는 추세다. 이에 업계에서도 실물이전 제도 초기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만한 격변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디폴트옵션에서도 대다수 고객이 원금보장형을 선택하면서 업권 간의 수익율 차이가 뚜렷하지 않게 됐다"면서 "이뿐만 아니라 이전해도 여러가지 규제로 운용이 제한되면서 단기간 수익율 상승이 어려워 고객들에게도 외면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