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털리 하프…각종 정보 전달·소셜미디어 글 작성, '인간프린터' 별명
NYT "하프가 있는 한 대통령 책상에 별도의 정보 흐름 있을 것"
(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집권 2기 백악관에서 진정한 '문고리 실세' 역할을 할 인물로 33살의 여성 보좌관이 떠오르고 있다.
바로 2022년부터 트럼프 당선인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소셜미디어 글 작성을 돕고, 온라인에 뜬 각종 기사나 가십을 전달하는 역할을 해온 내털리 하프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은 보좌진에게 항상 충성을 요구해왔지만, 하프처럼 그 요구에 부응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소개했다.
하프가 트럼프 당선인과 인연을 맺은 건 2019년이다.
폭스뉴스에 출연한 자리에서 자신이 뼈암에 걸렸으나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1기 때인 2018년 서명한 임상시험을 폭넓게 허용한 법안 덕분에 치료를 받아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이야기에 반한 트럼프 당선인이 2020년 공화당 전당대회에 하프를 연설자로 초청했으며, 하프는 극우 성향 방송인 '원 아메리카 뉴스 네트워크' 진행자를 그만두고 2022년 트럼프 보좌진에 합류했다고 NYT는 전했다.
하프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좌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스코틀랜드에서 골프를 치고 있을 때 카트 뒤에서 달려가 긍정적인 기사와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전달한 적도 있다고 NYT는 소개했다.
휴대용 프린터와 충전용 배터리 팩을 들고 트럼프 당선인을 따라다니면서 원하는 대로 각종 정보가 적힌 인쇄물을 출력해 제공했다.
이 때문에 하프는 동료들 사이에서 '인간 프린터'(human printer)로 불렸다.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하프의 충성은 '숭배'나 '추앙' 수준으로 보인다고 NYT는 평가했다.
NYT가 입수한 편지를 보면 하프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당신은 내게 중요한 모든 것", "당신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라고 적는가 하면 트럼프 당선인을 "이 삶의 수호자이며 보호자"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에 트럼프 당선인은 하프를 '스위티'(sweetie)라고 부르면서 딸처럼 대한다고 한다.
차기 백악관 공보국장으로 내정된 스티븐 청 대선캠프 대변인은 하프에 대해 "신뢰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부 트럼프 측근 사이에서는 하프와 트럼프 당선인과 긴밀한 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이들이 트럼프 당선인이 받는 정보를 더욱 엄격히 통제하기를 원하지만, 하프는 그가 기분 좋아할 만한 정보를 그대로 건네주고 있다는 것이다.
NYT는 하프의 언행을 지켜본 소식통을 인용, 하프가 자주 이용하는 뉴스 소스 중 하나는 극우파 음모론 유포 사이트인 '게이트웨이 펀디트'인 데다, 때로는 공식 언론팀 몰래 트럼프 당선인의 언론 인터뷰를 주선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번 대선 과정에 실제 문제가 된 사례도 있었다. 지난 7월 25일 하프는 트럼프 당선인의 거액 후원자 중 한 명인 카지노 재벌 미리엄 애덜슨에게 트럼프 당선인 이름으로 분노에 찬 문자메시지를 그대로 전송, 캠프 내에서 향후 기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생긴 적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하프는 트럼프 당선인의 신뢰를 바탕으로 차기 백악관에서 그 어떤 대통령 보좌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문고리'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NYT는 "신임 비서관인 윌 샤프가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가고 나오는 서류를 관리하겠지만, 하프가 있는 한 대통령 책상에는 완전히 별도의 정보 흐름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걸 측근들은 알고 있다"고 했다.
min2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