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러 '고기 분쇄기' 전술에 쓰일 것…북러 군사협력은 한반도 위협"
"푸틴과 협정 불가능…韓, 범정부 조직 꾸려 우크라와 긴밀한 소통하길"
(키이우=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러시아군에 배속된 북한군이 도네츠크 등 격전 중인 우크라이나의 주요 전선에도 곧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집권 2기가 시작되더라도 러시아와의 평화 협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면서 러시아가 북한을 지원하며 한반도 안보까지 위협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긴밀한 소통 채널을 가동해주길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
◇ "북한군, 우크라 동부 전선 등지서 희생양 될 것…구체 정보 곧 파악"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측근인 포돌랴크 고문은 24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북한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러시아군에 배속된 채 참전한 건 확실하며 우리 정보 당국은 현재 북한군 규모를 1만2천명에서 1만5천명 사이로 보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와 남부 마리우폴에서 북한군이 나타났다는 CNN의 보도와 관련해서는 "내가 확신하는 건 동부 전선인 도네츠크와 러시아 점령지 루한스크, 북동부 하르키우 등지에서 곧 북한군이 나타날 거라는 점"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 지역들은 러시아의 병력이 모자란 곳"이라고 짚었다.
포돌랴크 고문은 북한군 사망자 등을 다룬 뉴스 보도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정보를 듣지 못했지만 약간의 시기가 지나면 우리 군의 참모들이 전장별 북한군 참전 규모와 사망자 수 등을 파악해 보고해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은 다민족적으로 구성돼 있어서 그 내부의 북한군을 분간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북한군은 병력이 모자란 전선에서 러시아군의 '고기 분쇄기' 전술에 이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기 분쇄기 전술은 병사의 생명을 중요시하지 않고 '총알받이' 내지 '포탄받이'가 되기 쉬운 전장으로 병력을 대거 밀어 넣는 방식을 지칭한다.
◇ "푸틴, 협정 맺어도 깰 것…러 기반시설 무너뜨려야 시나리오 바뀌어"
포돌랴크 고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집권할 경우 서둘러 종전 협상에 나설 것을 종용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협상으로 어떤 협정에 도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협정을 깰 것이고 종전과 상황이 달라져서 깬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당선인이 향후 푸틴의 협정 시나리오를 받아들이면 많은 국제법을 어겨야 하고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를 고스란히 러시아에 넘겨주는 걸 승인하는 꼴이 된다"며 트럼프 당선인도 이를 수용할 수 없을 거라고 봤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의 주요 기반시설을 공격할 것"이라며 "그래서 러시아 주민들이 전쟁을 겪는다는 점을 더 강하게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경제적 압박 수단도 강화해야 한다. 전쟁 자금원으로 쓰이는 러시아산 석유 거래에 대한 시장 접근이 불가능할 정도로 만들어야 러시아가 현재 구상 중인 협상 시나리오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北 실전경험 한반도 위협…러 전쟁 승리 땐 韓 안보위기 심화"
포돌랴크 고문은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병된 이상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만의 전쟁이 아니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매우 위험한 건 북한군이 포격전과 드론 사용 등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쌓은 검증된 실전 경험을 한반도 상황에 적용해 보려고 할 거라는 점"이라고 했다.
아울러 "북한은 더 발전된 미사일 기술을 이전받길 원하고 이런 협력은 더 심화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유럽 대륙의 전쟁에 그치는 게 아니라 아시아로 위협이 확산하는 셈"이라고 경고했다.
포돌랴크 고문은 "러시아가 전쟁에서 승리하면 북한은 한반도에서 더욱 공격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고 러시아가 진다면 반대로 북한의 군사 활동은 위축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국제사회와의 협력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요청한다"며 "그래야 러시아가 한반도에 더 많은 악영향을 끼치는 일을 막을 수 있다"라고도 했다.
또 "한국 정부는 북한군 파병 이후 상황에 종합적으로 대응할 범정부적 조직을 운영하면서 파병의 영향이 어떨지를 면밀히 점검하면 좋겠다"면서 "우크라이나 정부와도 다양한 층위에서 집중적으로 소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포돌랴크 고문은 우크라이나가 한국에 특사단을 파견하기로 한 계획과 관련해서는 "양국 정부가 준비되는 대로 곧 파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