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모순 가득한 세상 끝낼 수 있다면…단요 '피와 기름'

연합뉴스 2024-11-26 09:00:48

'셔터 아일랜드' 원작자 신작 범죄소설 '작은 자비들'

'피와 기름'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 피와 기름 = 단요 지음.

문윤성SF문학상 대상, 박지리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단요의 신작 장편 소설이다.

주인공 우혁은 중학생 시절 계곡에 빠져 죽을 위기에 처했다가 신비한 힘을 가진 '소년'을 만나 치유된다. 이 일로 평범한 삶 너머를 엿본 우혁은 이후 일상을 뛰어넘는 스릴과 자극을 추구하게 되고, 청년기를 도박으로 허비한다.

이후 우혁은 겨우 마음을 다잡고 제대로 살아보려 하는데, 30대가 된 그의 앞에 '소년'이 다시 나타난다. '소년'의 정체는 1999년 12월 31일 세상이 종말을 맞이한다고 예언하며 신도들을 집단 자살로 이끌었던 소년 교주 '이도유'였다.

'소년'은 신비롭게도 20년 전과 다름없는 열다섯 살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고, 우혁을 구해준 치유 능력도 있다. 우혁은 그런 '소년'의 정체가 진짜 재림 예수가 아닌지 의문을 품는다.

'피와 기름'은 성역 없이 종교와 사회의 모순을 꺼내 논쟁한다. 우혁은 "세계의 기근과 빈곤, 질병, 전쟁, 그로 인한 분쟁과 슬픔과 고통"에도 불구하고 다 소비되지도 못할 만큼 상품이 넘쳐흐르는 세계의 모습에 환멸을 느끼는데, 종반부에 세상을 끝장낼 수 있는 열쇠를 쥐게 된다.

2022년 작품 활동을 시작한 단요는 장편 '다이브', '마녀가 되는 주문', '인버스' '개의 설계사' 등을 펴냈다.

래빗홀. 428쪽.

'작은 자비들'

▲ 작은 자비들 = 데니스 루헤인 지음. 서효령 옮김.

영화 '셔터 아일랜드'의 원작 소설 '살인자들의 섬'을 쓴 미국 작가 데니스 루헤인이 작년에 펴낸 장편 범죄소설이 국내 번역 출간됐다.

이야기는 1974년 미국 보스턴에서 여러 인종을 통합해 교육하기 위해 서로 다른 지역에 사는 흑인과 백인 학생을 같은 학교에 모아서 가르치는 '버싱' 정책이 도입되면서 벌어진다.

가난한 아일랜드계 미국인인 주인공 메리 패트는 첫 번째 남편과 사별하고 두 번째 남편과는 이혼했으며 아들마저 마약에 빠져 세상을 떠난다. 그에게 남은 것은 딸 줄스뿐인데, 버싱 시행을 며칠 앞두고 줄스가 실종되자 패트는 사건의 진상을 직접 파헤친다.

소설은 인종차별을 멈춘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실상은 인종 간의 미움을 부추기는 이들의 실체를 파헤친다.

버싱의 영향을 받는 동네는 백인이건 흑인이건 모두 가난한 지역뿐이고, 정책을 도입한 정치가들은 버싱과 무관한 부자 동네에 거주한다. 흑인들을 보호한다며 '보호세'를 걷는 마피아들은 흑인들에게 총을 건네고 백인 학교에 총격 사건을 일으키도록 사주한다.

이처럼 작가는 인종 간 혐오로 인해 이익을 얻는 이들과 피해를 보는 이들을 교차해 보여줌으로써 혐오가 누구로부터 비롯됐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증폭되는지 탐구한다.

'작은 자비들'은 애플TV+에서 드라마로 제작할 예정이다.

황금가지. 438쪽.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