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천소진 기자] 올해 유례없는 경기 침체로 힘든 시기를 보낸 유통업계가인적분할·법인분리 등에 나선다. 일명 ‘쪼개기’로 이 같은 방식은 부실한 사업을 정리하고 자금 지원, 투자 유치 등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각 사업에 집중해 잠재력과 지속가능성을 확인하고, 경쟁력 및 기업 가치를 제고한다는 복안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빙그레는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고 내년 5월에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기로 결의했다.
지주회사는 투자사업부문에, 사업회사는 분할대상사업부문에 집중함으로써 시장으로부터 적정한 기업 가치를 평가받는다는 계획이다.
분할 존속회사인 ‘빙그레홀딩스’(가칭)는 향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주회사로 전환해 투자 및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략적으로 관리하며, 해외사업 비중을 확대한다.
‘빙그레’, ‘해태아이스크림’ 등 그룹 내 계열사 간 협업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등 장기적인 성장도 이끌어 갈 예정이다.
인적분할을 통해 설립될 ‘빙그레’(가칭)는 유가공 제품 등 음·식료품의 생산 및 판매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경영 체제를 구축해 사업 전문성과 성장전략을 강화하고,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사업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커피 브랜드 ‘백미당’을 별도 법인 ‘백미당아이앤씨’로 분리해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백미당아이앤씨는 지난 9월 설립된 남양유업의 100% 자회사다. 분사 관련 절차는 연내 모두 마무리된다.
2014년 론칭된 백미당은 직전 년도 저출산으로 인한 흰 우유 소비량 감소와 대리점 갑질 논란 등으로 적자를 기록한 남양유업을 흑자로 돌아서게 해준 효자 브랜드기도 하다.
이번 분리는 지난 1월 최대주주가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로 변경되며 60년 오너 체제를 끝낸 남양유업이 경영 정상화 및 사업 효율화를 위해 성장성이 큰 백미당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남양유업 측은 “남양유업은 본업에 대한 역량을 집중하고, 백미당은 식음료 사업을 독자적으로 운영하며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 로고. 사진= 연합뉴스유통 대기업들도 쇄신에 나섰다.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말 정기 임원인사 단행과 동시에 백화점부문과 이마트부문 계열 분리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신세계그룹은 2019년부터 신세계와 이마트가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백화점부문과 이마트부문을 신설, 계열 분리를 위한 사전 준비를 시작했다.
올해 경쟁력 회복을 통한 수익성 강화 측면에서 계열 분리를 통해 성장의 속도를 한층 더 배가시킬 수 있는 최적기라고 판단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정유경 총괄 사장을 신세계 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이번 승진은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계열 분리의 토대 구축을 위한 것으로, 2015년 12월 신세계 총괄사장으로 승진한지 9년 만에 백화점부문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GS리테일은 다음 달 26일 인적분할 방식을 통해 존속 회사인 GS리테일과 신설 회사인 파르나스홀딩스(가칭)로 나눈다. 분할 신설 법인의 상장일은 내년 1월16일이다.
파르나스홀딩스 산하에는 현 GS리테일의 자회사인 ‘파르나스호텔’과 ‘후레쉬미트’가 속하게 된다.
이번 결정은 편의점, 홈쇼핑, 슈퍼마켓, 호텔 등 GS리테일의 각 사업부가 업계를 선도하는 높은 실적을 내고 있으면서도, 복잡한 사업 구조로 인해 단일 업종의 타경쟁사들보다 시가 총액 등의 기업 가치가 저평가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랄라블라’, ‘GS프레시몰’ 등 부진 사업을 정리한 것에 이어 이번 분할을 통해 편의점, 홈쇼핑, 슈퍼마켓 중심의 우량 유통 사업을 꾸리고, 파르나스홀딩스는 호텔업과 식자재가공업(후레쉬미트)을 통한 사업 시너지를 꾀할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복잡한 사업 구조로 인해 각 사업이 저평가 돼 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사업 경쟁력을 한층 강화해 기업 가치를 제고하고, 주주들과도 독립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