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Y] 다이소 질주에 ‘올리브영’ 견제 시작?

뷰어스 2024-11-26 01:00:21
아이파크몰 용산점 지하 1층에 나란히 입점해 있는 올리브영 매장과 다이소 매장. 사진=김성준 기자.

위 사진은 서울 용산에 위치한 아이파크몰 용산점 지하 1층 풍경입니다. 아이파크몰 용산점 1층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면 ‘이마트 용산점’으로 향하는 길 맞은편에 올리브영과 다이소 매장이 나란히 붙어 있는 흥미로운 광경이 펼쳐지는데요. 같은 상권에 두 매장이 인접해 있는 경우는 많지만 이렇게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경우는 좀처럼 보기 힘들죠. 올리브영이 아이파크몰 용산점 지하 1층에 ‘올리브영 용산아이파크몰더센터점’ 매장을 연 것은 지난달 25일입니다.

일찌감치 자리 잡고 있던 다이소 매장 옆에 자리가 나자 ‘올리브영 용산아이파크몰더센터점‘이 입점하게 된 건데요. 경쟁 관계인 매장이 나란히 들어서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흥미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더욱이 아이파크몰 용산점 4층에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올리브영 용산아이파크몰점‘이 입접해 영업을 지속하고 있고, 아이파크몰 용산점을 나와 길 하나만 건너면 ‘올리브영 신용산점‘도 위치해 있죠.

결과적으로 올리브영은 ‘올리브영 용산아이파크몰더 센터점‘을 지난달 오픈함으로써, 한 쇼핑몰에 매장을 추가로 출점한 데다 용산역을 중심으로 인근 지역에만 올리브영 매장을 총 3곳 여는 예상을 깨는 선택을 했습니다. 매장 입지 여건이 우수하다는 점을 고려해도, 마지막 선택은 다이소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으로 관측되는 배경입니다.

■“다이소가 언제 이렇게?”…‘뷰티 전선’ 마주한 올리브영

다이소의 매서운 성장세를 놓고 보면 올리브영의 행보도 언뜻 이해됩니다. 과거 ‘1000원 백화점’ 이미지를 갖고 있던 다이소는 시간이 흐르면서 각종 생활용품부터 공구와 차량용품, 간단한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상품 영역을 꾸준히 넓혀왔습니다. 저렴한 가격을 취급한다는 이미지 때문에 한때 풍파를 겪기도 했지만, 다이소는 꾸준히 자리를 지켜왔고, 최근엔 가성비 전략이 고물가와 맞물리며 소비자 선택을 집중적으로 받게 됩니다.

다이소가 취급 상품을 다양화하던 중 선택한 ‘뷰티’는 이른바 대박을 치는 결과를 불러옵니다. 단순히 가격만 저렴한 것이 아니라 성분 면에서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가성비’ 상품을 무기로 지갑이 가벼운 10대·20대 소비자들이 선택을 받은 덕분이죠. 올리브영과 경쟁 구도가 형성된 것도 ‘가성비 뷰티’ 아이템이 불티나게 팔리면서부터였습니다.

사실 올리브영과 다이소는 최근까지는 뚜렷한 접점이 없었습니다. 다이소는 오래전부터 저가형 화장품을 판매해 왔지만, 기존 평가는 ‘싸고 좋은 물건은 없다’에 가까웠습니다. 그동안 올리브영은 ‘헬스&뷰티 전문 스토어’로 정체성을 확고히 하면서 랄라블라, 롭스 등 경쟁자들을 모두 밀어내고 독점적 입지를 구축했죠. 적어도 뷰티 영역에선 올리브영이 다이소를 경쟁 상대로 고려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다이소는 지난해부터 잇달아 ‘히트 상품’을 선보이면서 뷰티 영역에서 덩치를 빠르게 불렸습니다. 기존 화장품과 성분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지만, 가격은 10분의1 수준까지 낮추면서 뷰티 영역에서 올리브영의 대항마로 급부상했죠. 다이소의 저가 공세에 올리브영은 ‘뷰티 전문성’을 통해 대응에 나섰습니다. 헬스&뷰티 분야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십분 활용해 매장에서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한다는 전략이죠. 그럼에도 일부 초저가 상품의 경우 사실상 프리미엄 이미지 제고 외에는 대응할 방법이 없는 현실입니다. 다이소와 나란히 늘어선 올리브영 매장에서 초조함이 엿보이는 이유죠.

그러나 정작 다이소는 올리브영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뷰티’ 영역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곤 해도 아직은 다이소가 취급하는 다양한 상품 중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다이소 성장의 원동력은 ‘뷰티’라는 특정 분야보다는 불황 속 ‘가성비’ 상품에 보다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특히 ‘그로서리’를 제외한 다양한 생활용품 영역으로 꾸준히 뻗어가는 다이소의 확장세는 대형마트 영역까지 넘보는 분위기입니다.

최근 만난 한 지인은 “과거에는 가벼운 차량 청소용품을 대형마트에서 구입하곤 했으나 다이소에서는 5000원이면 살 수 있어 (다이소로) 발길을 돌린지 오래”라며 “온 가족의 주말 장보기 장소가 됐다”고 말하더군요.

다이소와 올리브영 모두 올해 매출 4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올리브영은 최근 기존 ‘진열’에서 나아가 ‘체험’을 강조하는 새로운 컨셉트를 내놓는 ‘진화’를 선언했습니다. 정체성이 다른 두 ‘유통 공룡’이 뷰티 영역에서 맞붙으면서 업계 판도를 어떻게 뒤바꿀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