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들 입장 바꿔 복잡한 초안 대신 협상 촉진용 '논페이퍼' 수용
정부간 협상위 회의 내달 1일까지…초반 순항에 어떤 결과 낼지 주목
(부산=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국제협약 협상이 첫날 '협상의 출발점'에 합의하며 예상보다 속도를 냈다.
25일 정부와 협상 관계자 설명을 종합하면 이날 오후 회의에서 루이스 바야스 발비디에소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 의장이 제시한 '논페이퍼'(Non-paper)를 기초로 협상하기로 합의됐다.
협상위에서 의사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뤄지기에 한국을 비롯한 다수 국가가 논페이퍼를 수용한 가운데도 반대하던 산유국들이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논페이퍼를 기초로 협상하기로 합의된 직후 발비디에소 의장은 "여러분의 유연성에 매우 감사하다"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논페이퍼는 77쪽에 달하는 협약 초안을 17쪽으로 정리한 협상 촉진용 문서다.
애초 산유국들은 논페이퍼가 아닌 초안을 협상의 기초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이란·쿠웨이트는 논페이퍼에 지속해서 이견과 우려를 표명하며 초안을 토대로 협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고 러시아는 논페이퍼와 초안을 모두 활용해야 한다면서 '플라스틱 생산 규제'와 관련된 내용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문안에 이견이 있음을 표시한 '괄호'만 3천686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77쪽짜리 초안을 기초로는 5차 협상위 기간 내 성안이 사실상 불가능해, 산유국들이 주장은 '지연전술'로 풀이됐다.
이 때문에 협상이 기한 내 끝나지 못하거나 아예 타결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왔다.
이번 5차 협상위가 시작되고 산유국과 보조를 같이하던 중국이 서면을 통해 논페이퍼와 초안을 모두 협상의 기초로 활용하자는 입장을 밝히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는 추측이 나온다.
특히 중국은 1차 플라스틱 폴리머(화석연료에서 추출하는 플라스틱 원료) 생산 규제와 관련해 논페이퍼에 담긴 문구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도 알려졌다.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 규제는 협상 최대 쟁점으로 관련해 논페이퍼에는 '전 주기에 걸쳐 지속가능한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 수준을 달성하기 위해 1차 폴리머 공급을 관리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라는 문구가 담겼다.
중국의 입장 변화와 관련해선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맞춰 환경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라는 추정이 제기된다.
이날 미국 측은 논페이퍼를 토대로 한 협상을 주장하며 산유국들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대표단은 각 국가가 자체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지난 8월 온실가스처럼 플라스틱과 관련해서도 전 세계적 감축목표를 세우는 방안을 미국이 지지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바 있는데, 이를 고려하면 산업계가 원하는 쪽으로 입장이 변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5차 협상위는 오는 12월 1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협상위에는 177개국 정부대표단을 비롯해 3천500여명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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