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이연진 기자] 올해 연말 강남 등 서울을 비롯한 전국 정비사업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재건축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공사 선정을 준비하거나 입찰을 진행한 조합들이 유찰 등으로 인해 시공사를 찾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올해도 공사비 상승 등으로 인해 건설 시장 경기가 얼어 붙으면서 정비사업에도 여파가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내년 상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25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의 사업 수익성과 안정성이 담보 되는 서울에서도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수 차례 유찰되거나, 단독으로 입찰해 수의계약으로 전환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 현재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한 곳의 건설사만 입찰에 참여하면 유찰이 된다. 만약 유찰이 2회 이상 반복될 경우 정비사업 조합은 단독 입찰한 건설사와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1차 입찰과 2차 입찰 현장설명회에 삼성물산 건설부문만 단독으로 참여한 송파구 대림가락아파트는 조만간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수의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조합은 다음 달 중 삼성물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하고 내년 초 시공사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인근에 있는 송파구 방이동 한양3차아파트 역시 지난달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의향서를 받았지만, 건설사 한 곳도 제출하지 않아 무응찰로 유찰됐다. 조합은 조만간 다시 재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강남에서는 서초구 방배7구역 재건축 조합이 시공사 선정을 위해 무려 세 번째 입찰 공고를 냈다. 앞서 지난 4월과 6월 진행한 1·2차 입찰이 모두 무응찰되면서 유찰된 단지다.
아울러 산호아파트는 용산 금싸라기 땅에 위치하고 있지만 네번째 시공사 입찰 공모를 진행 중이다. 지난 4월 첫 번째 응찰은 단 한 곳도 하지 않았고, 6월 2차 공모 역시 유찰됐다.
다만 산호아파트는 3차 공모에 롯데건설만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한 가운데 4차 공모가 진행 중인 상태다. 4차도 경쟁입찰에 실패한다면 단독 입찰에 나선 롯데건설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주거 선호도가 높고 사업 규모가 큰 정비사업장에서 반복적으로 시공사 선정 유찰이 나온 이유는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가 낮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원자잿값, 인건비 등으로 공사 원가상승이 급격히 상승하자 건설사들이 수익성이 낮은 곳은 응찰하지 않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실제로 과거 치열한 수주전을 펼치며 경쟁 구도를 이어가던 대형 건설사들이 이제는 수익성이 높은 곳만 선별적으로 참여하며 수주에 소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다.
특히 통상적으로 건설사들이 연말에 정비사업의 실적이 발표되는 만큼 수주고를 쌓기 위해 노력하던 과거와 다르게 올해는 보수적으로 수주에 임하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 경기가 워낙 어렵고 공사비가 비싸져 수익성이 문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며 "수주전에 참여해 시공권을 따내고 결국 수익을 장담할 수 없고, 입찰보증금이나 마케팅 비용도 상당하기 때문에 참여를 망설이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건설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내년에도 상황을 장담할 수 없어 최소 향후 2~3년간 이런 상황이 지속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