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영장 없이 불법 압수…시계 172점 돌려줘라" 판결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스위스 시계 브랜드 스와치가 성소수자(LGBT) 권리를 상징하는 시계를 압수한 말레이시아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이겼다.
25일 로이터통신과 현지 매체 더스타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고등법원은 이날 스와치 시계 압수가 불법이라며 내무부에 14일 이내에 시계 172점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5월 실시된 압수 수색은 영장 없이 이뤄졌으므로 압수는 불법"이라며 "LGBT 시계 판매 금지는 압수 이후에 내려졌기 때문에 이전 판매는 법률 위반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말레이시아 당국은 현지 스와치 매장에서 성소수자 권리를 기념하는 의미의 무지개색 시계 172점을 압수했다.
스와치는 같은 해 7월 "압수된 시계가 어떤 식으로든 공공질서를 해치거나 법률을 위반한 것이 없다"며 시계를 반환하고 손해를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그러자 정부는 8월 성소수자 요소가 들어간 스와치 시계를 생산, 수입, 유통, 보유해서는 안 된다며 위반 시 징역 3년 형과 2만 링깃(630만원)의 벌금에 처한다고 밝혔다.
당시 내무부는 "해당 시계는 대중들이 받아들이지 않는 LGBTQ+ 운동을 지지하고 관심을 불러일으킴으로써 해를 끼칠 수 있다"며 도덕적으로 해로울 수 있는 요소의 확산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서 동성애는 최대 2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중범죄다.
지난해 7월에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음악 페스티벌에 참가한 영국 밴드 '더 1975'가 말레이시아의 동성애 규제를 비난하며 남성 멤버끼리 키스를 해 논란이 일었다.
정부는 페스티벌을 취소하고 이 밴드의 말레이시아 공연을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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