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무죄에도 구형량 유지…"합병 찬성이 국익 위한 것이라며 주주 속여"
1심선 "승계·지배력 강화가 합병 유일 목적 아냐" 19개 혐의 모두 무죄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검찰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25일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김선희 이인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이같이 구형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과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에 대해서도 1심과 동일하게 각각 징역 4년6개월과 벌금 5억원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에게는 징역 3년과 벌금 1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훼손한 것은 우리 경제의 정의와 자본시장의 근간을 이루는 헌법적 가치"라며 "합병 당시 주주 반발로 합병 성사가 불투명해지자 합병 찬성이 곧 국익을 위한 것이라며 주주들을 기망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 판결은 앞으로 재벌기업 구조 개편과 회계처리 방향에 기준점이 될 것"이라며 "면죄부가 주어진다면 지배주주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위법과 편법을 동원해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또 "미전실이 합병을 적극 검토하는 동안 당사자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전혀 검토하지 않았고, 합병 시점 또한 이 회장과 미전실이 임의로 선택했다"며 "합병은 경영 승계를 목적으로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과 무관하게 추진됐고, 합병 강행을 위해 각종 부정거래 행위가 수반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합병을 통해 2020년 예상 매출액이 60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삼성물산 주주와 투자자를 상대로 허위로 설명했다"며 "만약 이런 부정한 행위가 없엇다면 투자자들은 1:0.35라는 불리한 합병 비율에 찬성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1심 재판부가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주요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삼성은 일반 압수수색으로 찾을 수 없는 장소에 증거를 은닉했고, 증거 은닉 목적이 달성되는 아이러니한 결과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앞서 검찰은 2019년 5월 압수수색 과정에서 공장과 회의실 바닥 아래에 숨겨져 있던 18테라바이트 규모의 백업 서버 등을 확보해 증거로 제출했는데, 1심은 선별 작업 없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며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회장 등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의 자본시장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 이사회를 거쳐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약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합병을 결의했다.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회장(당시 부회장)은 합병 이후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제일모직 주가는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는 낮추기 위해 그룹 참모 조직인 미전실 주도로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자사주 집중 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 각종 부정 거래가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이 회장 등은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분식회계를 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2015년 합병 이후 회계처리 기준을 자산 4조5천억원 상당을 과다 계상했다고 본다.
하지만 올해 2월 1심은 두 회사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나 지배력 강화가 유일한 목적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고, 비율이 불공정해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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