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F 의무화 지연되나…K-정유, 트럼프 정책 기조 '예의주시'

데일리한국 2024-11-25 16:29:42
에쓰오일 울산 공장 전경. 사진=에쓰오일 제공 에쓰오일 울산 공장 전경. 사진=에쓰오일 제공

[데일리한국 김소미 기자] 정유업계가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지속가능항공유(SAF)'의 전망이 오리무중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친화석연료 정책 기조에 SAF 상용화가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국내 정유 업계에는 단기적으론 호재, 장기적으론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파악한다.

SAF는 기존 석유 항공유를 대체하는 바이오 연료를 의미한다. 주로 동식물성 기름, 폐식용유, 해조류, 사탕수수, 바이오매스 등을 활용해 생산된다.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을 80%까지 줄일 수 있어 차세대 탈탄소 에너지원으로 주목 받아왔다.

◇트럼프 2.0 정책 기조, 정유업계엔 '양날의 검'

지난 23일(현지시간) 트럼프 정권 인수팀의 기후·에너지 정책 책임자로 데이비드 번하트와 앤드루 휠러는 석유 및 석탄산업 로비스트 출신이 임명됐다. SAF와 같은 친환경 연료보다는 석유산업 강화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친화석연료 정책 기조 아래 SAF 의무화가 지연될 경우 기존 항공유 시장을 중심으로 국내 정유사들은 SAF 생산 및 개발에 시간을 벌 수 있다. 단기적 호재가 예상되는 이유다.

또 한국은 글로벌 항공유 수출 시장 점유율 29%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어, SAF 전환이 늦춰질 경우 항공유 수출을 통한 단기적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장기적으론 악재가 예상된다. 먼저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했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지원 정책이 축소, 폐기될 경우 SAF 산업 성장 기반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SAF는 글로벌 항공사들이 탈탄소화 목표를 위해 도입을 확대하는 필수적 요소다.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선제적인 투자와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SAF는 미국이 전 세계 SAF 생산 시설 359개 중 107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30%에 달하는수치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의 SAF 연간 생산능력은 392억7000리터로 캐나다 67억8000리터, 중국 53억6000리터 등 주요국을 압도한다.

반면 국내 SAF 전용 생산라인은 단 2곳(에쓰오일·SK에너지) 뿐이다. 

사진=HD현대오일뱅크 제공 사진=HD현대오일뱅크 제공

◇정유업계 "초기 설비 투자 비용 부담 커…정부 지원 절실"

업계는 초기 설비 투자와 생산 비용 부담이 큰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SAF 전용 설비 구축에는 약 1조원의 비용이 소요된다"며 "정부 차원의 세액 공제 확대와 정책적 지원의 필요하다"고 말했다.

SAF 사업에서 성과를 내려면 해외처럼 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존 항공유보다 가격이 비싸고 아직 판매루트가 많지 않아 초기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일례로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지난해 3월부터 자국 내 SAF에만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일본도 정부 차원의 다양한 지원책을 통해 SAF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도 국내 바이오 항공유 생산 인프라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가 투자 세액공제, 소비보조금 등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정유사들은 기존 시설을 활용한 코프로세싱 방식으로 SAF를 일부 생산하며 초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원료 탱크 및 배관 투자에 나섰으며, SK에너지는 SAF 전용 생산라인을 통해 상업 생산을 본격화했다. 

GS칼텍스는 일본 나리타 공항에 SAF를 공급하며 해외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고, HD현대오일뱅크는 SAF를 일본 ANA항공에 수출하며 국내 최초로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