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1주년에 공동체 개념 강조…"식민지 겪은 아프리카와 상생 모색"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대한민국이 지금 잘 살지만, 역사와 기억은 아프리카와 비슷합니다. 아프리카가 겪은 식민지 경험, 가난은 우리도 겪었던 것입니다. 서로 상생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방연상(63) 연세대 아프리카연구원 원장은 지난 22일 오후 서울시 서대문구 연세대 이윤재관(구 미우관)에서 가진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아프리카를 먼 나라로 생각하지 말고 미국이나 일본을 얘기하듯 가까운 나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6·25전쟁의 아픔을 이겨내고 경제 강국으로 우뚝 선 한국이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는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작년 11월 연세대 총장 직속기구로 설립된 아프리카연구원은 1년간 왕성한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에 주재하는 아프리카 국가 대사들과 자주 소통하며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올해 9월 한·아프리카 정상회담의 결과를 논의하는 포럼을 여는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했다.
특히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아프리카 정상 2명이 여름에 연세대를 잇달아 방문하기도 했다.
지난 6월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의 줄리어스 마다 비오 대통령이 연세대에서 '인적 자원 투자: 기초 학습, 성평등 및 식량 안보'를 주제로 특별 강연을 했다. 르완다의 폴 카가메 대통령은 연세대에서 명예 행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연세대에는 아프리카 출신 유학생들이 참여하는 '연세아프리카학생협회(YASA)'도 구성됐다.
방 원장은 "학교 직원, 교수님들이 아프리카연구원 출범을 정말 긍정적으로 봐주시고 재학생들도 아프리카 관련 행사에 자발적으로 참석하는 등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다른 아프리카 연구기관들과 비교해 아프리카연구원의 차별화된 강점은 무엇일까.
방 원장은 "아프리카와 관련해 어학, 역사 등에 국한하지 않고 의료부터 교육, 과학, 봉사 등 모든 시스템이 아프리카와 교류함으로써 다학제적 접근을 한다는 점"이라며 "공대에서 '재미있는 것이 있는데 아프리카에서 적용해보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들어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카연구원은 아프리카와 협력을 넓히기 위한 실질적 방안을 차근차근 추진할 방침이다.
그는 "학부 교양 과목에 아프리카를 소개하는 과목을 개설할 계획"이라며 "언젠가 아프리카에 연세대 사무실을 개소한다면 좀 더 적극적 교류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어 "한·아프리카 정상회담이 있었지만 학교와 기업들의 후속 작업이 필요하다"며 "한국과 아프리카의 교류·협력을 민간으로 확장하는 데 연세대가 중추적 역할을 해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신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방 원장은 과거 영국 에든버러대에서 탈식민 분야를 연구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백 분리 정책을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아프리카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아프리카와 평등한 태도로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방 원장은 "아프리카 땅에 묻혀 있는 것(지하자원)에만 관심을 갖지 말고 아프리카의 인권, 건강, 평화와 같은 것들에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아프리카와 함께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네가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인 '우분투'라는 단어도 언급했다.
그는 "우분투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생각하는 공동체 개념을 잘 반영한다"며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데카르트)는 서양철학과는 다른 개념이다. 인식론에 바탕을 둔 서양철학의 대안으로 충분히 논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분투는 관계성을 강조하는 좋은 철학으로 한국 사회에서도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고 제언했다.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