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대선서 '친러·반나토' 극우후보 깜짝 선두(종합)

연합뉴스 2024-11-25 14:00:28

무소속 제오르제스쿠 22% 득표…좌파성향 현 총리는 21% 추격

내달 8일 결선투표…유례없는 이변에 일각선 '러 선거개입' 의혹도

루마니아 대통령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극우 후보 컬린 제오르제스쿠

(로마·서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황철환 기자 = 루마니아 대통령 선거에서 무소속 극우 후보 컬린 제오르제스쿠가 예상을 뒤엎는 돌풍을 일으키면서 결선 투표 진출을 사실상 확정했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루마니아 대선 개표가 93%가량 진행된 현재 제오르제스쿠 후보는 전체의 22%를 득표해 선두를 달리고 있다.

루마니아 최대 정당인 사회민주당(PSD)을 이끄는 마르첼 치올라쿠 현 총리는 21%의 득표율을 보이며 제오르제스쿠 후보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개표율을 고려할 때 제오르제스쿠 후보와 치올라쿠 총리가 내달 8일로 예정된 결선 투표에서 양자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재외국민 투표함 개표가 남아 있지만, 제오르제스쿠 후보와 치올라쿠 총리에 이어 3위를 기록 중인 중도우파 야당 루마니아 구국연합(USR)의 엘레나 라스코니 대표가 역전을 이뤄낼 정도는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제오르제스쿠 후보가 선두를 달리는 현 상황은 유례 없는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는 지난달 여론조사기관 인스코프(Inscop)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지지율 0.4%의 '기타' 후보 중 하나로 분류됐다. 이달 진행된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 5.4%로 6위 후보에 그쳤는데, 실제 투표에선 유권자 5명 중 1명꼴로 제오르제스쿠 후보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나서다.

루마니아 정치 전문가 라두 마그딘은 "34년의 (루마니아) 민주주의 역사상 이처럼 여론조사와 비교해 (실제 득표율이) 치솟는 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결과는 가뜩이나 빈곤 위험에 처한 인구가 유럽연합(EU)에서 가장 많은 가운데 생활비 급등으로 민생고가 심화하는 상황에 일부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

'대선 출구조사 1위' 치올라쿠 총리

치올라쿠 총리는 정부지출 확대와 세금 동결 등을 공약하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으나, 이른바 정부심판론이 확산하면서 제오르제스쿠가 선전하는 결과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일각에선 친(親) 러시아 성향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반대하는 언행으로 논란을 빚다 2022년 극우당 결속동맹(AUR)에서 퇴출된 전력 등을 고려할 때 그가 대선 1차 투표에서 선두에 오른 건 비정상적이란 의혹도 고개를 들고 있다.

루마니아 바베슈 보여이 대학의 정치전문가인 세르주 미스코유 교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제오르제스쿠의 입장이나 여론조사와 실제 결과의 불일치에 근거해 볼 때 (러시아의 선거개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제오르제스쿠 후보는 2021년 언론 인터뷰에서 루마니아내 미군기지에 나토의 탄도 미사일 방어 체계가 배치된 것을 '외교의 수치'라고 비난하면서 러시아와 전쟁이 벌어지면 나토는 루마니아를 보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빚었다.

그는 24일 저녁 수도 부쿠레슈티 인근 자택 바깥에 홀로 선 채 "우리는 강하고 용감하다. 우리 중 많은 이가 투표했고, 2차(결선투표)에선 더욱 많은 이들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루마니아 정치체제는 이원집정부제다. 5년 임기인 대통령은 외교·국방 관련 사안을 책임지고, 다수당 출신 총리가 실질적인 국정 운영권을 갖는다. 루마니아 총선은 12월1일로 예정돼 있다.

결선투표에서 제오르제스쿠와 양자대결을 펼칠 것으로 전망되는 치올라쿠 총리는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강력히 지지한다.

changyong@yna.co.kr,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