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가창신공] ‘빅마마’ 이지영, 성신여대 실용음악 보컬교수

스포츠한국 2024-11-25 12:30:41
사진=조성진 사진=조성진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이지영은 매력적인 톤을 타고났다. 동양인에게선 찾기 힘든 톤, 로우와 미들이 풍성한 여자 보이스다.” 신연아(‘빅마마’ 리더)

그룹 빅마마 멤버이자 성신여대 실용음악 보컬교수 이지영(45)이 오는 12월 31일 ‘천년동안도’ 클럽에서 솔로 공연을 앞두고 있다. 내년 4월 26일 ‘롤링홀’에서 솔로 콘서트도 펼칠 예정이다. 또한 내년 상반기에 새 솔로 싱글도 발매한다.

이지영은 자신의 레이블 ‘지영아이 ENT’에서 솔로앨범을 발매한 바 있다. ‘지영아이 ENT’란 이름은, 나를 찾고 싶다는 의미로 ‘아이’를 넣었다. 아이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늦추지 말자란 의미를 담았다.

솔로앨범에서 이지영은 ‘Queen’이란 곡을 통해 댄스를 시도했다. 그간 해보지 않은 장르에 대한 도전이다. 처음부터 춤과 음악을 함께 하겠다는 의도로 만든 곡은 아니었다. 음악을 만든 후 주변에서 “이런 곡은 춤추며 노래해야 한다”는 반응이 많아지며 댄스 연출을 하게 된 것이다. 이를 위해 이지영은 한 달간 댄스 교습을 받기도 했다.

이 곡을 연습하며 가수이자 교수 이지영에겐 새로운 인식이 생겼다. 춤을 추며 노래하니 새삼 댄스가수가 존경스러워진 것이다. 마이크를 잡는 위치까지 모두 외워야 할 정도로 신경 쓸 게 너무 많은 게 춤추며 노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지영에겐 노래만 집중해서 할 때와는 또 다른 차원이었다.

탁월한 보컬리스트로 그룹 및 솔로 활동은 물론 학생들에게 자신만의 노하우를 듬뿍 담은 티칭으로 교수로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이지영을 스포츠한국 ‘조성진의 가창신공’에서 만났다.

이지영 교수는 6~7년 전부터 마이클 잭슨 관련 모든 책과 음반 수집에 열을 올리는 ‘마이클 잭슨 덕후’가 됐다.

“저는 이전까진 마이클 잭슨을 댄스가수 정도로 폄하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노래를 제대로 들어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됐어요. 이제 마이클 잭슨을 남자 솔로 가수 사상 TOP으로 여길 정도죠.”

마이클 잭슨의 강렬한 어택에서 표현, 리듬, 호흡 하나하나까지 모든 게 노래의 교과서처럼 보이게 된 것이다. 학생 시절 모타운에 몰두하다가 인코그니토, 브랜드 뉴 헤비스 등 애시드재즈에 심취했고 뷰욕을 좋아한 이지영 교수에겐 이제 마이클 잭슨은 진정한 음악 그 자체가 됐다.

이지영 교수는 실용음악과 초대 학과장 이병우의 권유로 2013년부터 성신여대 실용음악과 보컬 강의를 맡았다. 이와 함께 서종예(서울종합예술학교), 광운대, 세중대 실용음악과 등에서도 학생들을 가르쳤다.

1주일에 두 번 학교에 나온다. 1:1 보컬 레슨 수업인 ‘기초 전공실기’ 강의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이전 서종예(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에선 보컬 앙상블 수업을 했다.

이지영 교수는 성신여대 실용음악과에서 교재 대신 곡 위주로 연습하는 걸 선호한다. 휘트니 휴스턴 등 교과서 같은 몇몇 아티스트의 곡을 주며 연습하게 하는 것. 그렇게 해서 기본기를 다지게 하고 있다. 이지영 교수가 추천하는 곡 중 일부는 휘트니 휴스턴 ‘Run to You’이나 ‘Greatest Love of All’,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아이유 등이다.

“스킬과 감성은 같이 가야 합니다. 노래, 즉 보컬은 몸으로 하는 악기이므로 체력이 받쳐줘야 해요. 지금 담당하는 게 1학년이기 때문에 일단 기본기에 신경을 쓰고 있어요. 기본적인 것에 자기 개성을 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개성이 뛰어난 학생이지만 발성이 안 돼 있을 때 조금만 지도하면 금세 좋아집니다.”

“발성을 너무 손대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은 학생들도 있습니다. 이럴 땐 호흡, 소리를 어떻게 내면 조금 더 앞으로 잘 뻗어서 나오겠다. 소리 위치 등에 중점을 두며 가르치고 있어요.”

“절대 엄하지 않습니다. 결석이 잦아지는 학생이 있을 땐 ‘노래라는 건 꾸준히 해야 발전이 있는 것’이라며 엄하진 않지만, 포인트를 지적하며 충고하는 편이죠.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지금 나와 있는 플랫폼을 적극 이용하라고 권유합니다. 자신의 아카이브처럼 연습한 곡들을 거기에 올리며 꾸준히 쌓아 놓으라고요. 잘하는 학생들이 유튜브 활동도 더 열심인 것 같아요.”

사진제공=이지영 사진제공=이지영

“학생 얘기를 많이 들어주고 상담을 잘해주는 편입니다. 학생 누구나 제게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친구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요. 레슨실에 들어왔을 땐 실수를 해도 되고 음 이탈도 괜찮고 등. 학생들에게 교수라기보다 좋은 선배 편한 존재이고 싶어요. 어려워하지 않고 자신보다 조금 더 먼저 경험한 선배라고 생각해 줬으면 합니다.”

대학 강의를 한다는 건 가수 활동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기도 하다.

“학생들과 대화하며 새로운 트렌드도 알 수 있고 제가 미처 몰랐던 밴드들도 많이 알게 됩니다. 저도 (학생들을) 가르치지만, 그에 못지않게 학생들에게 배우는 것도 많죠. 현재 1학년을 대상으로 수업하고 있어요. 성신여대 실용음악과는 싱어송라이터를 지향하는 편입니다. 자신이 직접 곡을 쓰고 미디 프로그램에서 그 외 음악 창작을 위한 여러 분야를 다룰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

“최근 학생들은 융통성 있는 보컬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밴드를 하더라도 음색 면에서 특색있고 유연한 보컬을 좋아하죠. 학생들 또한 감각적인 걸 잘 표현하는 것 같아요.”

연습을 많이 하는 것보다 짧더라도 질(효율)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지영 교수 자신이 예전엔 발성에 큰 비중을 두며 혹독한 연습을 하며 얻은 깨달음이다. ‘아’라는 소리만 3시간 넘게 연습하기도 했는데, 목에 무리를 주면서도 맹연습을 통해 뭔가가 뚫리길 기대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당시 그녀가 흑인음악을 많이 듣다 보니 그들이 구사하는 소리를 제대로 내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위 ‘댐핑’이라고 하는.

“연습은 계속해야 하지만 스마트한 연습이 중요합니다. 너무 오버트레이닝을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죠. 절대 연습을 한 번에 몰아서 하지 마세요. 일주일에 3번 이상 30분씩 발성 연습 후 자기 레퍼토리를 연습하고 10~20분 쉬는 식으로 조절하며 하는 게 필요합니다.”

“저는 발성 시 체스트와 헤드 보이스를 연결하는 발성(믹스보이스)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음역대를 자유롭게 가져가서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걸 좀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발성 연습을 지도하려고 합니다. 물론 음악도 많이 들어야 하죠. 트렌디한 음악뿐 아니라 클래식도 들었으면 좋겠어요.”

사진제공=이지영 사진제공=이지영

그간 가르친 많은 제자 중에서 ‘진저’가 인상에 남는다고 했다. “진저는 이미 학생 때부터 감각이 탁월했죠. 어떠한 곡을 불러도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었어요. 끝처리도 좋고 음악/보컬 표현 스펙트럼이 넓었습니다.”

현재 성신여대 1학년에 재학 중인 ‘김리나’도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김리나는 이미 모 소속사 연습생으로 아이돌 준비 중입니다. 수업도 열심히 받고 있지만 학교가 끝난 후 회사(소속사)에 가서도 4~5시간 열심히 연습할 만큼 지칠 줄 모르고 자기 정진을 하는 학생이죠.”

이지영 교수가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말이 있다.

“음악은 꾸준히 해야 합니다. 꿈은 크게 갖고 절대 대충하지 마세요. 임계점을 넘어갈 만큼 연습을 열심히 해야 합니다. 곡도 쓸 줄 알아야 하고 자신의 필살기도 꾸준히 개발해가면서 꿈을 크게 가지세요.”

이지영 교수가 실력과 함께 강조하는 것은 인성이다. 음악을 잘하는 스타들일수록 인성 또한 좋다는 게 이 교수의 지론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예가 BTS ‘뷔’다.

“얼마 전 춘천에서 제 공연을 한 적이 있어요. 거기서 BTS 뷔를 우연히 만났죠. 너무 잘생긴 분이 저한테 인사하러 왔을 때 깜짝 놀랐어요. 빅마마 때도 그렇고 개인 솔로 활동을 할 때도 BTS와는 만남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죠. BTS ‘뷔’가 제 공연을 보러 왔던 것이죠. 공연이 끝나고 뷔가 저한테 찾아와 깍듯하게 인사하며 너무 예의가 발라 놀랄 정도였어요. 역시 월드스타는 인성 매너도 남다르단 걸 느꼈습니다. 이날 뷔와의 만남이 알려지며 러시아, 브라질, 이탈리아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댓글이 어마어마하게 달리기도 했어요. (웃음)”

“지금 K팝은 너무 잘하고 있다고 봅니다. 더 많이 진출할 수 있는 (탁월한) 음악인들이 계속 나올 것이라 믿습니다.”

빅마마 멤버로서 이지영은 “브라스가 본격적으로 들어가는 빅밴드 타입의 음악도 빅마마에서 해보고 싶다”고 했다. 또한 비트 있는 음악, 그리고 매우 딥한(깊은) 발라드도 해보고 싶다고.

이지영 교수는 남자 솔로 중에선 자이언티, 크러쉬 등을 좋아하고 여자 솔로 보컬에선 에일리를 꼽고 싶다고 했다.

“에일리는 성량이 너무 좋고 발라드의 섬세한 표현력도 대단합니다.”

“밴드로는 윤다빈 밴드를 좋아합니다. 학생이 가져와서 듣게 됐는데 음악이 파워풀하고 잘해서 인상에 남게 됐습니다.”

사진제공=이지영 사진제공=이지영

이지영 is

1979년 서울생. / 중학 시절부터 중창단, 성가대 활동. / 고1~2학년 때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밴드 ‘이브’의 곡과 퍼 논 블론즈 ‘Whats Up’ 등을 가창. 이때부터 여러 경연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거둠. 용산구 주관 노래 경연에서 ‘Whats Up’으로 금상 수상. / 중학교 때부터 팝을 듣기 시작. 고교 때 올포원, 보이스투멘, 머라이어 캐리, 휘트니 휴스턴 등을 노래. 머라이어 캐리를 카피하며 너무 어려워 울기도 함. 이어 록에 심취. 고교 시절 친구 영향으로 ‘Endless Rain’ 등 엑스재팬에 심취. / 수도여고 재학 때 드럼을 배우기 시작. 친구와 클럽에 놀러 갔다가 무대에 있던 드럼을 연주했는데, 무대 반대편 객석 어두운 곳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남자가 이지영에게 다가와 밴드같이 해보자고 제의. 이렇게 해서 ‘키취(Kitsch)’란 밴드 드러머로 가입해 너바나, 실버체어 등을 카피하며 대학 1학년 때까지 활동. / 고3 때 이문세의 ‘별밤(별이빛나는밤에)’에 출연해 이희진 노래를 부름. 당시 이문세는 ”목소리가 독특하다“고 칭찬. / 동덕여대 실용음악과 재학 중에 한상원과 밴드 활동. ‘천년동안도’ 무대에서 제임스 브라운, 코모도스 등을 카피했고, 이어 빅마마 멤버로 현재에 이름.

이지영 교수는 IT 엔지니어인 남편과 1년 7개월 연예 끝에 2016년 결혼했다. 여름방학 때 학교 봉사활동을 하던 중 남편을 만났다. 당시 남편은 지체부자유 아이들 봉사를 하는 ‘승가원’ 봉사팀 팀장이었다. 직장인이지만 주말마다 봉사활동을 꾸준히 했고 이지영 또한 함께 봉사활동을 하며 자연스럽게 연인 사이로 발전한 것. 남편도 음악애호가로 그래미 수상의 세계적인 재즈보컬 그레고리 포터 열혈 팬이다. “남편은 오히려 저보다 더 음악을 좋아하는 매니아입니다. (웃음)”

슬하에 아들(7살)과 딸(6살)을 두고 있는데, 둘째는 벌써 성량이 어마어마하다고. 음악을 좋아해 노래도 많이 따라부른다고 했다. 후일 ‘빅마마 주니어’ 팀의 리더가 되지 않을까?

음악 활동, 학교 강의 등 그 외 여러 일정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오후 무렵 카페에서 혼자 음악 들으며 힐링하는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취미는 그림그리기(추상화)다. 쟝 미셸 바스키야를 좋아하며, 이외에 운동(헬스)도 열심히 하고 있다.

감명 깊게 본 영화는 많지만, 그중에서도 크리스마스 시즌만 되면 매년 보는 영화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다. 20대 땐 페드로 알모도바르 ‘그녀에게’에 심취하기도 했다. 빔 벤더스 ‘베를린 천사의 시’도 감동받은 영화 중 하나다. 인생영화는 뤽 베송 감독의 ‘엔젤-A’다.

“박마마 활동도 더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 또 한 번 대중에게 오래도록 사랑받는 히트곡을 남기고 싶어요. 시대를 초월한 명곡을... 그리고 개인 솔로 활동도 꾸준히 하고 싶습니다. 들었을 때 기분 좋은 음악을 하고 싶어요. ‘그루비’한, 들으면서 즐겁게 드라이브를 할 수 있는 그런 음악을.”

“독보적 목소리의 컬러를 가진 좋은 음악인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