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고려청자의 정수' 상형 청자 조명한 특별전 개최
국보·보물 등 총 274건 한자리에…CT·3차원 분석 등 제작 기법 소개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용의 머리에 물고기의 몸을 가진 특이한 모습의 동물이 연꽃 위에 앉아 꼬리를 치켜들고 있다.
눈을 부릅뜬 채 정면을 보는 모습 옆으로는 지느러미가 팔딱 움직이는 듯하다.
푸른빛의 비색(翡色)으로 물을 자유롭게 다룬다는 상상의 동물, 어룡(魚龍)을 섬세하게 빚어낸 국보 '청자 어룡형 주전자'다.
약 900년 전 고려 사람들이 다양한 동물과 식물, 사람의 모습을 본떠 만들었던 상형 청자가 한자리에 모인다. 고려만의 독특한 미감을 더해 완성한 푸른 빛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오는 26일부터 상설전시관 특별전시실에서 고려 상형 청자를 조명하는 특별전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 청자'를 선보인다고 25일 밝혔다.
고려 상형 청자의 주요 작품과 최신 발굴 자료를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은 전시다.
국보 11건, 보물 9건, 등록문화유산 1건을 포함해 국내 25개 기관과 개인 소장자, 중국·미국·일본 주요 기관에서 소장한 유물까지 총 274건을 소개한다.
전시는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상형' 전통을 설명하며 시작된다.
3∼6세기 무렵 신라와 가야에서 만든 다양한 상형 토기와 토우(土偶·흙으로 만든 사람이나 동물상)를 통해 흙으로 특정한 형상을 빚는 문화가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고려시대 공예의 정수로 꼽히는 다양한 상형 청자를 모은 부분은 전시의 백미다.
은은한 비색 유약으로 상상 속 동물인 기린을 표현한 향로, 무신 정권 당시 권력자였던 최항(1209∼1257)의 무덤에서 출토됐다고 전하는 조롱박 모양 주전자 등 '명품' 청자를 보여준다.
원숭이가 석류에 매달린 모습이 돋보이는 청자 연적은 12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당시 고려 공예에서 인기 있는 소재인 원숭이를 표현한 점이 눈길을 끈다.
고려 조정이 몽골 침략에 맞서고자 강화도로 수도를 옮겼던 13세기, 즉 강도(江都)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나한상(羅漢像)은 인물을 표현한 대표적인 상형 청자다.
전시에서는 고려 상형 청자가 갖는 독자적 아름다움을 비중 있게 설명한다.
고려 상형 청자가 주로 만들어지던 12세기 작품과 중국 북송대(960∼1127)에 황실 자기를 생산했던 허난(河南)성 청량사(淸凉寺) 여요(汝窯) 출토품을 비교해볼 수 있다.
박물관 측은 "고려는 주변 국가의 문화적 영향을 창의적으로 변용해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며 "이런 과정에서 꽃피운 고려청자의 정점이 상형 청자"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상형 청자의 깊숙한 내면도 다룬다.
박물관은 2022∼2023년 컴퓨터단층촬영(CT), 3차원 형상 데이터 분석 등 과학적 조사를 거쳐 밝혀낸 제작 기법을 다양한 영상으로 소개한다.
이와 함께 전남 강진 사당리와 전북 부안 유천리 가마터에서 발굴한 청자 조각, 충남 태안 대섬과 마도 1호선, 진도 명량해협 등에서 최근 조사한 자료도 볼 수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그릇이라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다양한 형상을 아름답게 담아낸 상형 청자를 통해 전통 미술과 문화를 한층 가깝게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3월 3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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