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아웃] 군함도 이어 사도광산…日에 또 속았다

연합뉴스 2024-11-25 12:00:38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2015년 7월 일본 군함도(일본명 하시마)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확정했다. 일본 정부는 당시 조선인 강제노역을 포함한 '전체 역사'(full history)를 알리겠다고 했지만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정보센터 설치를 약속하고서도 이를 현장이 아닌 도쿄에 만든 데다, 2020년 3월 개관한 도쿄유산정보센터에 조선인 차별이나 인권침해 사실을 누락하는 등 역사를 왜곡했다.

사도광산 갱도 내부

군함도는 일본 나가사키현에서 약 18km에 떨어진 곳에 있는 섬이다. 섬 모양이 일본의 군함인 '도사'(道士)를 닮아 군함도라고 불린다. 19세기 후반 미쓰비시그룹이 석탄 채굴을 위해 이곳을 개발해 큰 수익을 올렸으나, 지금은 무인도로 남아있다. 특히 이곳은 1940년대에 조선인 800여명을 강제 동원해 하루 12시간 이상의 '노예 노동'을 시켜 약 20%이상을 죽음에 이르게 한 곳으로 악명 높다. 2017년 개봉한 영화 『군함도』는 조선인 징용자들의 끔찍한 삶과 처절한 투쟁을 그려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 7월 일본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전원동의 방식으로 결정한 바 있다. 일본이 사도광산 현지에 조선인 노동자의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시설을 설치함에 따라 등재를 위한 한일 간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사도광산은 일본 니카타현 북서쪽에 있는 섬이다. 일본 최대 금광 중 하나인 이곳은 태평양전쟁 발발 이후 전쟁 물자를 확보하는 시설로 활용됐다. 여기서 최소 1천141명의 조선인들이 끌려와 강제 노역했다는 일본 정부의 문서가 공개된 바 있다.

24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에서 열린 제1회 사도광산 추도식이 '반쪽 행사'로 치러졌다.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한 차관급 인사가 2022년 8월15일 일본 패전일에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사실이 알려져 우리 정부와 유가족이 전격 불참했기 때문이다. 이번 추도식은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조선인 노동자 강제동원의 역사를 알리는 전시물을 설치하고 일본 정부 관계자가 참석하는 피해자 추도식을 매년 열겠다고 약속한 데 따른 것이다.

추도식에서는 강제동원 인정이나 사과는 일절 없었고, "사도광산이 세계 보물로 인정된 것은 매우 큰 기쁨" "광산에서 열심히 일한 노동자의 활약이 있었다"는 망발만 있었다고 한다. 이로써 우리 정부는 군함도에 이어 또 다시 뒤통수를 얻어맞은 꼴이 됐다. 일본의 기만도 통탄할 일이지만, 우리 정부가 사도광산의 등재 결정 과정에서 보여준 무기력한 모습은 참담할 뿐이다. 내년은 한일 양국은 국교정상화 60주년이다. 한일관계에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