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이지예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당내에서 자신의 가족 명의로 작성된 '윤석열 대통령 비방글'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데 대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고가 나고 조금 숨통이 트이니까 당대표를 흔들고 끌어내리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상 당무감사 등을 요구하고 있는 친윤(친윤석열)계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을 비판한 글을 누가 썼는지 밝혀라, 색출하라고 하는 건 자유민주주의 정당에서 할 수 없는 발상"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익명 당원게시판은 당이 익명으로 글을 쓰라고 열어준 공간이고, 당연히 거기서는 대통령이든 당대표든 강도 높게 비판할 수 있는 것"이라며 "최근에 문제를 제기하려는 사람들을 보면, 명태균 리스트에 관련돼 있거나 김대남 건에 나온 사람이다. 자기 이슈를 덮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이슈를 어떻게든 정치적으로 키워서, 과거 있었던 '문자 읽씹(읽고 무시)', '총선 백서', '김대남 논란' 등 당대표를 흔들고 공격하겠다는 연장선에 있는 거 같다"라며 "비슷한 사안이고 이 문제를 분명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대표는 "(당) 법률자문위원회가 전수조사한 것도 보셨겠지만 제 가족 명의 글들도 대부분 언론 기사나 사설(이 공유된) 내용"이라면서 "도를 넘지 않는 정치적 표현이 충분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제없는 게시글을 누가 했는지 밝혀라? 그런 요구 응해주는 것이 공당으로서 기본 원칙을 해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문제 있는 글이라면 절차를 통해 수사되고 책임질 사람이 책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해당 논란과 관련 직접 대응에 나선 이유에 대해 "논란거리 없는 문제 억지로 논란을 만들어 키우려는 세력이 있고 그 세력을 도와주지 않기 위해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데 그 흐름을 악용해서 어떻게든 분란을 만들어내려는 흐름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의 자해적 이슈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언급을 자제해왔다. 소위 '읽씹' 논란 때도 그랬고 총선 백서에 (한동훈 이미지 조사에 대한) 여론조사 비용 수십억 들었다는 내용, '김대남 논란' 건 등이 그랬다"라며 "당에 도움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친한(친한동훈)계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신 부총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원게시판 논란을 '제2의 읽씹'이라고 규정하며 "'외부 인사의 문제 제기→한동훈의 침묵→당내 논란 확산→한동훈의 최소 대응'이라는 패턴이 똑같다"고 말한 바 있다.
신 부총장은 당내 비판에 대해서도 "'영부인이 문자 보냈는데 어떻게 씹을 수 있느냐', '어떻게 가족들까지 동원해 대통령 부부 비방 글을 올리느냐'라는 감성팔이 접근도 똑같다"라며 "최근 명태균 사태로 '그때 한동훈이 읽씹 안 했으면 당 전체가 쑥대밭이 될 뻔했다'로 말끔히 정리됐다. 당원게시판 소동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 대표는 "당 익명 게시판이 대통령과 대표 욕하라고 만든 게시판"이라며 "저에 대한 원색적인, 제가 보기에도 너무하다 싶은 글이 태반이다. 그거 문제 삼으면 안 된다"라고 거듭 반박했다. 다만 당원 게시판이 작성자명을 검색할 수 있도록 설계되면서 사실상 '익명성 보장' 기능을 하지 못한 데 대해 "익명이라고 얘기했는데, 어떤 시스템 때문에 익명성이 깨지게 된 부분 저희가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