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기 미북 정상회담 실무 참여…비핵화 현안에 밝아
백악관 내 '北관리-中압박' 실무 담당 다목적 카드 성격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간 1차 정상회담이 열린 지 20여일이 지난 2018년 7월 6일 오후 평양 순안 공항.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일행이 전용기 트랩을 내려왔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영접을 나왔다.
폼페이오 장관은 앞서 3월에는 극비리에, 5월에는 공개적으로 평양을 찾았다. 세번째 평양행은 1박2일이라는 '숙박협상' 일정이었다. 그만큼 북한과 할 얘기가 많았다는 의미다.
가장 중요한 이슈는 역시 1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싱가포르 선언)과 관련된 문제였다. 그 중에서도 싱가포르 선언에 담기지 않은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일정이나 방법' 등이 관심사였다.
복잡한 난제를 협상해야 하는 만큼 폼페이오 일행에는 전문가들이 대거 포진해있었다.
북미 정상회담의 실무를 맡아온 성 김 대사,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임무센터 센터장, 판문점 실무회담 멤버인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한반도 보좌관, 랜달 슈라이버 국방부 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 알렉스 웡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 등이었다.
일행의 면면만 봐도 1차 미북 정상회담 합의사항 이행 문제를 논의하는 고위급 후속 회담임을 알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영철에게 이번 회담의 목표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실행계획 도출임을 다시 강조했다.
폼페이오와 김영철은 1박2일간의 회담 동안 비핵화와 이른바 '안전 보장'에 대한 협의를 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핵심 실무 그룹을 구성하기로 하고 회담을 끝냈다.
특히 이후 언론보도를 보면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에게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 관련 정보를 들이대며 추궁했으며, 김영철을 이를 부인한 것으로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과 면담도 없이 평양을 떠났다. 당시 회담에서 북한이 만족하지 못했음을 말해주는 장면으로 해석됐다.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직후인 7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 측의 태도와 입장은 실로 유감스럽기 그지없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해 1월 출간한 회고록 '한 치도 양보하지 말라(Never Give an Inch): 내가 사랑하는 미국을 위해 싸우다'에서 CIA 국장 자격으로 평양을 첫 방문해 김정은을 만났을 때 에피소드를 전했다.
당시 김정은은 폼페이오를 "국장님"이라고 부르며 말문을 연 뒤 "난 당신이 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당신이 나를 죽이려 한다는 것을 압니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미국과 북한은 이후에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과 협상을 이어갔고, 뚜렷한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게 됐다. 그 결과는 이른바 '하노이 노딜'로 마무리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수석 국가안보 부보좌관에 발탁한 알렉스 웡은 폼페이오 평양방문팀에 속해있었던 북한 외교 전문가다.
트럼프 당선인은 웡에 대해 "대북특별부대표로서 그는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 나의 정상회담 협상을 도왔다. 알렉스는 또 국무부의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 시행 노력을 이끌었다"고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폼페이오의 극비방북에서 하노이 노딜까지의 대부분의 과정을 지켜보며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웡이 트럼프 2기의 백악관에 입성한 만큼 일각에서 우려하는 북한에 대한 '일방적 양보'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중국을 강력히 압박하는 트럼프의 전략에 정통한 만큼 미중 경쟁구도라는 큰 틀에서 북한 문제에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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