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연구팀 "유전적 연관성 큰 무리 간 복잡한 사냥법 등 공유·발전 확인"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침팬지 무리에서도 복잡한 사냥 도구 사용법 같은 사회적으로 학습된 복잡한 행동이 무리 사이에 공유되고 여러 세대에 걸쳐 축적되면서 개선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위스 취리히대 안드레아 미글리아노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25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서 아프리카 지역에 사는 35개 침팬지 무리의 유전적 유사성과 각 무리의 사냥 행동을 분석, 도구 사용 같은 복잡한 문화가 집단 간, 세대 간에 축적되고 전수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결과는 침팬지의 문화적 복잡성이 초기 인간 문화 진화 패턴처럼 집단 간 이동과 상호 작용에 의존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는 초기 호미닌(hominin·사람족)의 누적 문화(cumulative culture) 발달에 대한 통찰력을 준다고 말했다.
최근 수십 년간 침팬지도 도구 같은 복잡한 문화를 전승하는 것으로 밝혀졌으나 인간 문화처럼 누적 발달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추정돼 왔다. 이에 따라 기존 문화를 토대로 더 정교한 문화를 구축하는 능력은 인간만 가졌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인류학자와 영장류학자, 물리학자, 유전학자로 구성된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수천 년 동안의 침팬지 집단 간 유전적 연결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집단 간 유전적 유사성과 복잡한 도구 문화의 교류 및 세대 간 누적 연관성을 분석했다.
먼저 아프리카 전역의 총 35개 침팬지 연구 현장에서 유전자를 채취해 그룹 간 유전적 연관성을 분석했다. 이어 각 그룹의 행동을 관찰해 도구가 필요 없는 행동과 간단한 도구가 필요한 행동, 여러 도구를 차례로 사용하는 복잡한 행동 등 15가지로 분류한 다음 각 행동의 그룹별 보유 여부를 조사했다.
연구팀이 가장 복잡한 도구 사용 행동의 예로 든 것은 도구 세트를 사용하는 콩고 지역 침팬지의 흰개미 사냥이다. 침팬지들은 먼저 막대기로 흙을 뚫어 깊은 터널을 파고, 식물 줄기를 이빨로 다듬어 부드러운 브러시처럼 만든 다음, 개미굴에 밀어 넣었다가 뽑아내면서 줄기를 물고 있는 흰개미를 잡아먹는다.
분석 결과 도구가 필요 없는 단순한 행동은 여러 지역에서 독립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더 높지만, 복잡한 행동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유전적 연관성이 큰 집단들이 공유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 개의 침팬지 아종이 서로 섞이는 유전적 교착점에 있는 집단이 도구 세트 사용 등 가장 높은 수준의 문화적 복잡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집단 간 연결성이 문화의 축적과 고도화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미글리아노 교수는 "가장 복잡한 기술이 멀리 떨어져 있는 집단 사이에 공유되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다"며 "이런 기술은 발명되고 재창조될 가능성이 적은 만큼 집단 간에 전파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어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이런 침팬지 집단 간 문화 교류가 근친 교배를 피하기 위해 암컷이 다른 집단으로 이동해 짝짓기하는 침팬지 습성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복잡한 도구 세트와 그보다 단순한 개별 도구가 서로 다른 지역 침팬지 무리에서 발생한 경우에도 집단 사이에는 과거 암컷의 이동에 의해 서로 유전적으로 연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글리아노 교수는 "이는 단순한 기술이 추가되거나 수정되면서 복잡한 기술로 누적 발전했음을 시사한다"며 "이 획기적인 발견은 침팬지도 초기 단계지만 누적 문화를 가지고 있음을 입증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출처 : Science, Cassandra Gunasekaram et al., 'opulation connectivity shapes the distribution and complexity of chimpanzee cumulative culture',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k3381
scite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