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총·박격포부터 우주발사체·정찰위성까지 370여개 무기체계 개발
향후 집중 분야로 '한국형 3축체계·유무인 복합전투체계' 꼽아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이건완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은 25일 "ADD가 흘린 피와 땀이 오늘날 'K-방산' 열풍의 근간이 됐다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서면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ADD는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자주국방을 더욱 견고히 하고, 동시에 무기수출 확대 등을 통해 국가 경제발전에도 이바지하기 위한 임무와 역할을 적극 수행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1970년에 자주국방 실현을 목표로 설립된 ADD는 지금까지 370여개의 무기체계를 개발했다.
초기 소총과 박격포 등과 같은 기본 병기 국산화부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고위력 미사일,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군사정찰위성,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L-SAM) 등과 같은 첨단 무기 개발까지 대한민국 대표 무기체계 중 ADD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은 거의 없을 정도다.
이 소장은 "우리 무기체계의 우수성은 K-방산 열풍과 수출 확대로 이어지는 밑거름이 됐으며, 이는 군·방위산업체·ADD 간 유기적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ADD는 현재 북한의 장사정포 갱도 진지를 정밀타격하기 위해 미국의 에이태큼스(ATACMS)보다 사거리나 정확도를 개선한 전술지대지유도무기-II를 개발 중이며, 올해 연말에는 최고 요격고도 100㎞ 이상으로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수준인 L-SAM-Ⅱ 개발에 착수한다.
이 소장은 "K-방산 열풍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무기체계 연구개발 초기 단계부터 수출을 염두에 두고 양산 및 저가화를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며 "기존에는 전력화 이후 수출을 위한 별도의 과정이 필요했으나, 연구개발 역량이 축적된 지금이라면 개발 단계부터 저가화·모듈화·표준화 등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책 연구기관인 ADD는 직원 3천213명 중 연구원이 2천418명(박사 50%·석사 50%)으로 전체 직원의 75%를 차지하는 명실상부한 국방기술 분야 국내 최대 연구소다.
지금까지 ADD가 주요 무기체계 개발을 주도하면서 국방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나, 앞으로는 민간업체가 무기체계 개발을 주도하고 ADD는 미래기술개발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체가 주도하고 ADD는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민간의 기술력 축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우리나라의 국방과학기술 수준이 크게 발전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으며, 그 결과 많은 방산수출 성과도 내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를 지속해서 이어가고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방산업체가 주도적으로 무기체계 개발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안보상 고도의 비닉(秘匿·비밀스럽게 감춤) 유지가 필요한 사업, 다수의 무기체계 간 연동 통합이 필요한 사업, 업체의 기술 수준이 부족한 분야 등 국가가 주도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 ADD가 무기체계 개발을 수행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기술력이나 경제성 부족 등으로 업체가 투자를 기피하는 경우도 있고, 업체 주도로 개발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업체 주도 개발 기술 중 국가적으로 필요한 기술에 대해서는 ADD가 기술 기반을 지속해서 유지·발전시키고, 국가 차원에서 기술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역할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모든 무기체계 개발에 ADD가 관여하기보다는 국가 중요 사업이나 방산업체의 역량이 부족한 분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 소장의 견해다.
이 소장은 ADD가 집중할 분야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형 3축 체계'와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를 꼽았다.
한국형 3축 체계란 적 미사일의 발사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 발사 전에 제거하는 킬체인에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와 대량응징보복(KMPR)을 더한 개념이다. ADD가 개발한 '현무' 계열 탄도미사일과 정찰위성, L-SAM 등이 한국형 3축 체계를 구성하는 무기체계다.
이 소장은 "최근 전쟁 양상의 변화와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 맞춰 앞으로는 드론·무인기 및 인공지능(AI) 기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기술 확보에도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인체계는 기술의 진보 속도가 빠르고, 소모성이 크기 때문에 기술 진부화를 막고 소모된 전력을 적시에 보충하기 위해 신속·대량 획득이 가능하도록 획득체계 개선 등 제도 정비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예비역 공군 중장인 이 소장(공사 32기)은 ▲ 합동참모본부 작전3처장 ▲ 공군 제11전투비행단장 ▲ 공군 참모차장 ▲ 공군 작전사령관 등을 역임한 뒤 올해 5월 ADD 소장에 취임했다.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