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참배' 질문에 묵묵부답…한국 불참으로 좌석 절반가량 빈 채 진행
(사도[일본]=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야스쿠니신사 참배 논란이 일었던 일본 정부 차관급 인사가 24일 '사도광산 추도식' 참석 뒤 참배 여부에 관한 기자들 질문을 받지 않고 행사장을 급히 빠져나갔다.
이날 오후 사도광산 추도식이 열린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
한국의 불참으로 '반쪽짜리 추도식'이 진행되는 데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이쿠이나 정무관은 이날 검은 정장 차림으로 '추도사'를 했다.
일본 중앙정부 대표로 참석한 그는 하지만 강제노역이나 강제동원 등 '강제'라는 단어를 전혀 입에 올리지 않았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인사말'이라고 명명한 추도사에서 "사도광산 노동자 중에는 1940년대 우리나라(일본)가 전쟁 중에 노동자에 관한 정책에 기초해 한반도에서 온 많은 분이 포함돼 있었다"고만 말했다.
그는 "종전(終戰)까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유감스럽지만, 이 땅에서 돌아가신 분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추도식이 한국 보이콧 속에 반쪽 행사로 치러진 데는 이쿠이나 정무관의 과거 행보가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22년 8월 15일 일본 패전일에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일제 침략을 미화하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인물이 일제 강제노역으로 고통받은 조선인 노동자를 추모하는 행사에 참석한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한국은 전날 전격 행사 참가를 보이콧했다.
오후 1시부터 약 40분간 진행된 추도식이 끝나자 한일 양국 기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그를 둘러싸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여부 등에 대해 질문했다.
앞서 아사히신문은 이날 일본 외무성 간부를 인용해 이쿠이나 정무관이 외무성에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했으나, 교도통신과 산케이는 "이쿠이나 정무관이 2022년 8월 15일에 참배했다"고 보도했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쏟아지는 기자들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뒷문을 통해 급히 행사장 밖으로 나가 미리 대기한 차를 타고 떠났다.
일본 행사 진행자들은 그를 뒤쫓는 기자들을 팔로 밀쳐내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한일 양국 인사들이 참석하기로 해 총 100석의 좌석이 준비됐다.
한국 측에서는 유족 9명을 비롯해 한국 정부 대표로 박철희 주일 한국대사 등 외교부 관계자가 참석할 예정이었다.
한국 정부가 전날 추도식 불참을 일본 정부에 통보하면서 이날 좌석 가운데 40여석은 빈 채로 행사가 진행됐다.
한국 측이 불참을 통보하면서 자리를 치워 달라고 요구했으나 일본 측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도광산은 에도시대(1603∼1867)에 금광으로 유명했던 곳으로 태평양전쟁이 본격화한 후에는 구리 등 전쟁 물자를 확보하는 광산으로 주로 이용됐다. 이때 식민지 조선인들이 강제 동원돼 혹독한 환경 속에서 차별받으며 일했다.
역사 연구자인 다케우치 야스토 씨에 따르면 사도광산에 동원된 조선인 수는 1천500명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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