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원작 국내서 초연…말맛 살린 유머·무대장치 돋보여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아는 맛이 더 맛있다."
무대 위 지니의 말대로였다. 지난 22일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알라딘'은 잘 알려진 이야기임에도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쇼였다.
'알라딘'은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한 디즈니의 동명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다. 2019년 실사 영화로도 개봉해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뮤지컬로는 2014년 미국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라 전세계적으로 약 2천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이 됐다.
뮤지컬 '알라딘'이 국내 무대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음악이 시작되고 조명이 막을 물들이면, 무대가 열리면서 지니(정성화 분)가 등장한다. 그를 비롯한 배우들이 넘버 '아라비안 나이츠'(Arabian Nights)를 부르며 '알라딘'의 배경이 되는 왕국 아그라바로 관객을 초대한다.
안내자 지니는 이후에도 관객들과 호흡하며 극의 분위기를 환기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한다. 그는 "박수 소리가 작다"라든지 "춤을 추겠다"라든지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걸며 호응을 유도한다.
특히 지니가 동굴 속 요술램프에서 처음 등장하는 장면은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알라딘(김준수)과 주고받는 말의 재미에 더해 넘버 '나 같은 친구'(Frind Like Me)에 맞춰 탭댄스, 노래, 마술까지 펼치는 장면은 '버라이어티쇼' 자체다. 샤롯데씨어터에 모인 1천100여명의 관객이 가장 뜨거운 박수를 보낸 장면이었다.
국내 공연에 맞춰 번역된 극본도 관객을 즐겁게 한다. '잠실역', 로제의 노래 '아파트', '브이로그' 등의 친숙한 요소를 끌어들이고 우리말의 맛을 살린 농담은 관객의 웃음을 유도한다. 애니메이션 원작에 없던 알라딘의 친구 카심(서만석)·오마르(육현욱)·밥칵(방보용), 악당 자파(윤선용)의 부하 이아고(정열) 등의 감초들은 엉뚱하고도 과장된 행동과 말로 웃음을 자아낸다.
극의 분위기에 맞게 변환되는 무대 장치도 돋보인다. '알라딘'에서 가장 유명한 넘버 '새로운 세상'(A Whole New World)이 나올 때 별이 뜬 밤하늘이 무대 바깥으로까지 확장됨으로써 관객이 알라딘과 자스민(이성경)의 노래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알라딘이 요술램프를 가지러 들어가는 동굴은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의 화려함을 자랑한다.
큰 무대를 가득 채우는 배우들과 앙상블의 군무도 관객들의 눈길을 잡아끌며 영화와는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주인공 '알라딘'으로 김준수 외에 서경수, 박강현이 출연한다. 지니는 정성화, 정원영, 강홍석이, 자스민은 이성경, 민경아, 최지혜가 각각 소화한다.
공연은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내년 6월까지 이어진다. 내년 7월부터는 부산 드림씨어터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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