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보험 가입 제한 철폐 등 명시…"대규모 빈곤 재발 막아야"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 정부가 3억명 규모로 추산되는 농민공(農民工·일자리를 찾기 위해 도시로 이주한 농민)의 취업과 도시 정착 등을 지원하는 대책을 공개했다.
24일 관영 신화통신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국가발전개혁위원회·중국인민은행(중앙은행) 등 10개 부처는 지난 15일 '농민공 서비스 보장을 한층 강화하는 업무에 관한 의견'(이하 '의견')을 발표했다.
'의견'은 ▲ 농민공 취업 안정화·확대 ▲ 농민공 노동 권익 보호 ▲ 농민공의 균등한 도시 기본 공공 서비스 향유 촉진 ▲ 보장 조치 강화 등 총 14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취업 지원 방향으로는 농민공 고용 능력이 강한 산업의 발전과 양로·보육·가사 등 서비스업 취업 규모 증대, 지역 간 노동력 연계, 조직적인 노동력 이동 규모 확대, 고령 농민공 취업 보조, 일용직 노동시장 건설 추진 등이 제시됐다.
또 고향으로 돌아가는 농민공에 대한 창업 금융 지원과 농촌 청년의 기술학교 진학 등 건설·수리·가사·요식업·물류·신업종 직업교육 강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는 "빈곤 탈출 인구의 취업을 안정화해야 한다"며 "탈빈곤 과도기 이후 취업 보조 정책을 연계해 농촌 저소득 인구의 상시 취업 지원 메커니즘을 만듦으로써 실업으로 인한 대규모 빈곤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업들이 농민공을 고용할 때 근로계약을 체결하도록 감독하고, 사각지대로 꼽혀온 파견 노동을 규범화해 휴식시간과 보수 등 권익 보호 가이드라인을 시행하기로 했다.
임금 체불 단속을 지속하면서 농민공 임금 분쟁 사건의 신속한 조정·판결 메커니즘을 구축하며, 사회보험(한국의 4대보험에 해당) 가입의 호적 제한 조건을 전면 철폐해 도시 호적이 없는 농민공의 보험 가입을 촉진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음식 배달 등 최근 농민공 취업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플랫폼 노동 분야에 대해서는 "노동 규칙의 공평·투명성을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도시 정착을 희망하는 농민공에게 학력·연령 제한 등 도시 호적 취득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점, 농민공 자녀 교육을 위해 공립학교 증설 등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점, 농민공 밀집 지역을 대상으로 공공 서비스 거점을 설치해야 한다는 점 등도 거론됐다.
농민공은 농촌 호적을 가진 채 도시에 가서 노동자가 된 사람을 가리킨다. 중국이 개혁·개방을 본격화한 1980년대부터 도시로 몰려 대규모 저임금 노동력을 담당했고,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르는 데 공헌했다.
농민공이 저임금 노동력이 된 것은 제도적 차별 때문이다. 중국은 1958년부터 농민의 도시 유입을 막기 위해 농업 호구와 비농업(도시) 호구를 구분하고 둘 사이의 이동을 제한해왔는데, 농민공은 도시에서 살며 일하지만 도시 호적이 없으므로 각종 사회보장 체계에서 배제됐다. 이 때문에 해외 연구자들은 농민공을 국내 이주 노동자(migrant workers)라 부르기도 한다.
올해 5월 당국 발표에 따르면 작년 기준 중국의 농민공은 모두 2억9천753만명으로 집계됐다.
중국 당국은 지난 7월 '시진핑 3기'의 경제 정책 방향을 설정한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20기 3중전회) 결정문에 "(농민공에) 거주지 호적 등기를 통해 기본적인 공공 서비스 제공을 추진하고, 조건에 부합하는 농업 이주 인구(농민공)가 사회보험·주택보장·자녀 의무교육 등 현지 호적 인구(도시 인구)와 동등한 권리를 누리도록 추동해 농업 이주 인구의 시민화를 가속한다"고 명시하며 농민공 처우 개선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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