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있는 항일특공대의 사랑과 헌신…뮤지컬 '스윙 데이즈'

연합뉴스 2024-11-24 10:00:09

이야기 힘 보여준 무대…절도있는 액션·스윙댄스도 볼거리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의 비밀 첩보작전 '냅코 프로젝트'를 소재로 한 창작 초연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는 이야기의 힘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지난 19일 서울시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한 이 뮤지컬은 한국 영화 최초로 천만 영화 반열에 오른 '실미도', '국화꽃 향기', '공공의 적 2' 등 주로 영화 시나리오를 써온 김희재 작가가 처음으로 뮤지컬에 도전해 극본을 쓴 작품이다.

냅코 프로젝트에서 '암호명 A'로 불렸던 독립운동가이자 유한양행 설립자인 유일한(1895∼1971) 박사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하고 있다.

냅코 프로젝트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전신인 전략첩보국(OSS)이 주도한 비밀 첩보작전으로, 최정예 조선인 요원 19명으로 팀을 꾸려 일제의 기밀을 수집하고 거점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작전 수행 직전 일제가 패망하고 조선이 광복을 맞으면서 프로젝트는 무산됐다.

작품은 주인공 유일형이 독립운동을 후원하던 사업가에서 OSS 스파이가 돼 조선으로 들어와 제약회사를 설립하고, 이후 냅코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결심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속도감 있고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그 과정에서 거창한 대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 우정, 가족, 조국 등 그저 각자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안전한 일상을 버리고 목숨을 건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뜻밖의 울림과 감동을 준다.

지난 22일 공연에서는 유일형 역을 맡은 신성록의 카리스마 있는 연기와 일형의 소꿉친구이자 사업 파트너인 황만용 역을 맡은 정상훈의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 등 배우들의 안정적인 열연과 노래가 작품을 떠받쳤다.

1막이 오르며 시작되는 총격 장면 등 중간중간 등장하는 절도 있는 액션과 2막의 스윙 댄스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전쟁 속 비밀 첩보작전과 여기에 얽힌 사람들의 삶과 사랑, 우정 등을 소재로 하는 만큼 비장하고 박진감 넘치는 음악부터 과거 평화로운 시절의 추억을 담은 애잔한 선율, 서정적인 사랑의 노래까지 다양한 음악이 작품 속에 흐른다.

여기에 뮤지컬이 배경으로 하는 1930년대에서 1940년대 초반에 유행한 스윙 음악도 더해졌다.

그동안 '지킬 앤드 하이드', '데스노트', '웃는 남자' 등의 뮤지컬에서 편곡을 담당해 한국에도 알려진 제이슨 하울랜드가 작곡가로 참여했다. 연출은 김태형, 음악감독은 김문정이 맡았다.

공연은 내년 2월 9일까지 이어진다.

k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