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지인 사업가 "명태균 여론조사 비용 줬지만 캠프 무관"

연합뉴스 2024-11-24 10:00:06

"명태균이 오세훈 위해 조사해준다며 돈 요구…단지 정치적 팬으로서 송금"

"입금 3천300만원뿐, 1억설 사실무근…김종인 비대위원장 보고됐다고 안다"

명태균 구속 갈림길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인으로 알려진 사업가 김모씨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측에 여론조사 비용을 냈다고 밝혔다.

다만 오 시장의 오랜 팬이라는 그는 당시 오 후보 선거캠프와는 무관한 일이며, 오 후보를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한다는 명씨의 말에 개인적으로 비용을 댄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 23일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최근 불거진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오세훈-안철수 후보 단일화를 전후로 명씨의 미래한국연구소 실무자였던 강혜경씨에게 돈을 보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미래한국연구소는 명씨가 실질적 운영자로 알려진 여론조사업체로 서울시장 선거 관련 비공표 여론조사를 13차례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강씨의 법률대리인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김씨는 보궐선거(4월 7일) 전인 2021년 2월 1일부터 3월 26일까지 5회에 걸쳐 3천300만원을 강씨에게 송금했다.

오 후보는 3월 23일 여론조사 대결에서 안 후보를 꺾고 단일화 후보가 됐다.

법원 나서는 김영선

우선 명씨 측에 여론조사 비용을 건넨 것은 맞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기억을 잘 못했는데 이 사건이 터지고 나서 찾아보니 금액이 맞다"고 답했다. 다만 1억원을 줬다는 일부 보도에는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명씨를 만나게 된 것은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소개로 명씨가 오 후보 선거캠프에 찾아오면서부터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당시 선거캠프에서 맡은 직책은 없었지만 오 후보를 지지하는 마음에서 선거캠프를 방문하고는 했으며 명씨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고 했다.

당시 명씨는 선거캠프에 '서울시장을 하지 말라. 내가 대통령을 만들어 주겠다'는 말을 했고, 이런 명씨를 선거캠프는 수상쩍게 여겠다고 김씨는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오 시장 측도 명씨와의 연관 의혹이 제기되자 동일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후 명씨가 자신과 동향인 창원 사람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듣고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 연락했으며, 명씨로부터 오 후보를 위해 여론조사를 해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김씨는 당시 상황을 돌이켰다.

김씨는 "(공표되지 않은) 여론조사를 한 번인가 두 번인가 제가 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우리가 유리하구나, 몇 퍼센트 정도 나오는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 후보의 조사 결과가 잘 나온 데 대해 명씨가 생색을 냈다면서 "오 후보를 위해 여론조사를 한다면서 비용을 달라고 하고, 어떤 때는 애 학비가 없다며 돈을 달라고 해서 보내달라는 대로 그냥 돈을 보내 준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인사말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김씨는 또 이런 식의 비공표 여론조사를 명씨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게 직접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이 여론조사 결과가 김 전 비대위원장 외에 다른 사람에게도 전달됐느냐는 질문에는 "그걸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면서도 자신이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여의도연구원 쪽으로도 전달이 된 것으로 들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또 자신이 여론조사 비용을 댄 것은 오 후보 캠프와는 아무런 상의 없이 이뤄진 개인적 차원의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응원하는 마음에서 캠프를 들리기도 했지만, 실제 맡은 일은 없었다는 것이다.

오 시장과의 인연에 대해서는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소개했다.

김씨는 당시 오 시장을 지지한다는 플래카드를 개인 명의로 서울 곳곳에 내걸었고, 이를 본 오 시장 측이 고맙다는 뜻을 전해와서 인연을 맺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었던 오 시장이 결국 물러나면서 야인 생활을 하는 동안 그저 순수한 정치적 팬으로서 응원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아울러 자신은 정치인도, 언론에 보도된 대로 재력가가 아닌, 그냥 사업가일 뿐이라면서 정치권과의 연관설에는 선을 그었다.

kih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