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영토 확장' 선언한 CJ제일제당, 호주서 답 찾는다

데일리한국 2024-11-24 08:00:00
호주의 한 울워스(Woolworths) 매장에서 비비고 만두를 구매하고 있는 소비자의 모습. 사진=CJ제일제당 제공 호주의 한 울워스(Woolworths) 매장에서 비비고 만두를 구매하고 있는 소비자의 모습. 사진=CJ제일제당 제공

[데일리한국 천소진 기자] CJ제일제당이 일본, 동남아, 미국, 유럽 등으로 빠르게 'K-푸드 영토'를 확장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오세아니아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특히 주요 시장인 호주에서 대형 유통 채널 확장 및 B2B(기업간 거래)에 집중해 2027년까지 현지 식품사업 매출을 연 3000억원 규모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이달 호주에서 두 번째로 큰 대형마트 체인 ‘콜스’(Coles)에서 비비고 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판매 제품은 비비고 만두 3종(돼지고기&부추, 야채&옥수수, 김치)을 비롯해 주먹밥, 붕어빵, 핫도그 등 총 7종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현지 1위 마트 ‘울워스’(Woolworths)와 대형 편의점 체인인 ‘이지마트’(EzyMart)에도 입점하며 메인스트림 유통시장에서 절반이 넘는 판로를 확보한 상태다.

현재 울워스 1000여 개 모든 매장에서 비비고 만두와 김밥 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이지마트 전국 450여 개 매장에서 비비고 떡볶이, 김스낵, 햇반, 햇반 컵반 등 14종을 선보이고 있다.

내년 초에는 현지 4위 대형마트인 ‘IGA’에도 입점을 확정 지었다. 울워스·콜스·IGA는 호주 식료품 유통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모두 합쳐 현지에 3000개가 넘는 매장을 보유하고 있어 인지도와 소비자 경험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CJ제일제당은 지난 8월부터 뉴질랜드 대형마트 체인인 ‘뉴월드'(New World)와 ‘팍앤세이브'(PAK’nSAVE)에 비비고 만두를 입점시켰다. 또 9월에는 뉴질랜드 최대 도시인 오클랜드 지역 뉴월드·팍앤세이브 입점을 시작으로 뉴질랜드 전역 매장으로 입점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B2B 사업에도 집중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부터 호주 콴타스항공(Qantas) 기내식으로 비비고 만두를 선보였다. 

호주에서 영국(런던), 싱가포르, 필리핀(마닐라), 일본(도쿄), 캐나다 등을 오가는 국제선과 퍼스(Perth)행 국내선 승객들의 간식으로 제공된다.

해외 항공사가 서울행이 아닌 국제노선에서 기내식으로 비비고 K-푸드를 제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콴타스는 호주를 대표하는 항공사로, 전 세계 주요 도시에 노선을 운영하고 있어 비비고 만두의 글로벌 인지도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CJ제일제당은 이번 납품을 시작으로 호주 내 B2B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호주 '콜스'(Coles)에 입점하는 CJ제일제당의 비비고 K푸드 제품 7종. 사진=CJ제일제당 제공 호주 '콜스'(Coles)에 입점하는 CJ제일제당의 비비고 K푸드 제품 7종. 사진=CJ제일제당 제공

CJ제일제당은 오세아니아에서 비비고 만두로 인지도를 확보한 후 P-Rice, K-소스 등 글로벌 전략 제품의 진입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또한 베트남에서 생산한 동남아식 롤·딤섬 등을 ‘Wrapped Food’ 카테고리에 진출하는 한편, 약 2조원 규모의 호주 기능성 음료 시장을 겨냥해 일본에서 성공을 거둔 미초 등도 선보일 계획이다.

차유진 CJ제일제당 오세아니아 법인장은 “대형마트, 편의점, 온라인 등 일반적인 유통채널 외에 현지 레스토랑이나 레디밀 업체 등과 협업도 모색할 예정”이라며 “다른 서구권 국가보다 쌀 소비가 많다는 점에서 상품밥 경쟁력을 활용한 레디밀 시장 진입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현지 생산 시설 확보에도 나선다. CJ제일제당은 최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시설을 확보해 현지에서 만두, 김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이곳에서 생산한 ‘비비고 썰은 배추김치’ 2종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호주산 김치는400g, 900g 2종으로 출시돼 현지 ‘에스닉 마켓’(Ethnic market)에 입점 됐다.

CJ제일제당이 이처럼 오세아니아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데는 높은 성장성에 더욱 힘을 싣기 위해서다.

특히 호주는 전체 인구 중 17%가 아시안에 속하며, 지리적으로 아시아 국가들과 인접해 있고 소득 수준 또한 높아 식품업계 내 주요 국가로 꼽혀왔다. 

2019년 호주에 판매 법인을 설립한 CJ제일제당은 아시안 마켓 중심으로 신규 유통채널을 개척하며 연평균 26%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3분기 CJ제일제당의 해외 식품사업 매출은 1조403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늘었는데, 오세아니아 지역 매출에서만 24%가 성장했다. 호주를 비롯해 뉴질랜드에서 비비고 만두의 대형마트 체인 판매가 확대된 것이 주효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신선식품은 내수 비중이 높지만, 냉동식품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점도 긍정적인 요소”라고 전했다.

CJ제일제당은 만두와 P-Rice, 김치 등 글로벌 전략제품을 앞세워 2027년까지 호주 식품사업 매출을 연 3000억원 규모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미국에서 K-푸드를 성공시킨 노하우와 일본, 베트남 등의 생산 역량을 토대로, 호주만의 차별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K-푸드’를 포괄하는 ‘아시안 푸드 대표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방침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호주는 CJ제일제당이 K-푸드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는 주요 지역으로, 최근 몇 년 새 K-컬처의 현지 열풍도 거세다”며 “이재현 회장의 한국 식문화 세계화 철학을 바탕으로 비비고를 앞세워 입지 다지기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