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혁명 기폭제 된 '상속자들' 번역 출간…한국 사회에 시사점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수도권 인구 집중이나 강남 부동산 가격 급등의 배경으로 자주 지목되는 것이 입시 경쟁이다. 실제로 자녀 교육을 위해 강남으로 이주하는 이들을 찾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비싼 주택과 사교육을 감당할 수 있는 부모를 둔 아이들이 입시 경쟁에서 성공하고 좋은 직장을 얻을 확률이 크다는 믿음이 팽배한 지 오래됐다.
60년 전 프랑스에서도 부모의 계층이나 학생의 출신지가 교육을 통한 계급 재생산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사회 참여 지식인 피에르 부르디외(1930∼2002)와 장클로드 파스롱(1930년생)은 교육 기회의 형식적 평등이 확대했는데 왜 하층계급 출신 학생들이 학업적 성공을 거두는 비율이 현저하게 낮은지를 규명하고자 했다.
두 동갑내기 교수는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 유럽사회학연구소에서 수행한 연구 결과와 여러 통계를 종합해 당대 프랑스 교육체계와 학생들에 대해서 분석한다. 이들이 연구 결과를 담아 1964년 내놓았던 단행본 '상속자들'(후마니타스)이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책은 하층계급의 경우 고등교육을 받을 기회가 매우 제한적이며 진학을 하더라도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통계로 보여주면서 사회 계층에 따른 교육 불평등을 다면적으로 드러낸다.
예를 들어 기업가 자녀는 대략 10분의 7, 자유 전문직 종사자의 자녀는 10분의 8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지만, 농업 노동자 자녀의 경우 그 비율이 10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하층계급 자녀는 대학에 가더라도 학과나 전공 선택에서 일종의 배제를 겪게 되며 인문학이나 자연과학으로 내몰리는 경향이 강했다. 법학, 의학, 약학을 전공으로 택할 확률은 상급 관리직의 자제들이 33.5%인 반면 농업 노동자 자녀들의 경우 15.3%에 그쳤다.
경제적 요인 못지않게 문화적 요인이 하층 계급 출신 학생들의 학업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꼭 집어낸 것이 책의 특징이다.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문화적 유산의 차이가 대학 진학 여부는 물론이고 전공 선택, 학업 성적, 예술적 교양, 정치적 참여 등 학교생활의 여러 영역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른바 '명문가 자제'는 "지식을 쌓으려 애쓰지 않아도 지식을 가지게 되는 사람"이지만 프티부르주아나 농민·노동자의 자녀는 교양 계급의 자제에게 그냥 주어진 것을 "고생스럽게 습득할 수밖에 없다"고 책은 지적한다.
"스타일, 취향, 에스프리(정신·기지), 한마디로 삶의 기술과 방식 말이다. (중략) 어떤 이들에게 엘리트 문화의 학습은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정복 활동이다. 또 다른 이들에게 그것은 상속받는 유산인데, 용이함 그리고 능란함의 경향성 모두를 함축한다."
주거지가 진학이나 학업에 미치는 영향에도 주목한다.
책은 "교육과 문화에 접근할 가능성이 훨씬 큰 대도시에서 거주할 확률은 사회적 위계 구조에서 상층부로 올라갈수록 증가한다"며 지리적 요인 역시 문화적 불평등의 사회적 요인과 관계있다고 풀이한다.
역자에 따르면 '상속자'들은 좌파와 우파 양쪽으로부터 68혁명의 기폭제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원작이 출간된 지 60년이 지났지만, 현재의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288쪽. 이상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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