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편집 사실 고지 않고, 중요 내용 삭제" 벌금 1천만원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동업 관계를 청산하면서 정산금과 관련한 대화 내용을 편집한 녹음 파일로 민사소송에서 승소해 수천만원을 받아내려 한 40대가 사기미수죄로 처벌받았다.
춘천지법 형사1단독 신동일 판사는 사기미수 혐의로 기소된 A(41)씨에게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4월부터 9월까지 B씨와 주점을 함께 운영했으나 영업난을 겪자 동업 관계를 정리하기로 하고 B씨를 상대로 투자금반환 청구 소송을 냈다.
A씨는 법원에 'B씨가 나에게 정산금으로 5천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는 취지의 대화 녹취서와 녹음 파일을 증거로 제출했고, 승소 판결을 받아 7천520만원을 받아내려 했으나 B씨의 이의제기에 따라 제출된 녹음파일 원본에 담긴 대화 내용은 A씨의 주장과 달랐다.
녹음파일 원본에는 두 사람이 피해자가 정산금 액수를 논의 중이었을 뿐 B씨가 A씨에게 정산금 5천만원을 지급하기로 한 사실이 없었고, A씨가 냈던 녹음파일은 대화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이었다.
결국 사기미수 혐의로 벌금 1천만원의 약식명령을 받게 된 A씨는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A씨는 "민사소송 대리를 맡은 변호사로부터 '녹취서를 작성할 때 사건 내용과 관계없는 내용은 생략하고 작성해도 된다'는 말을 듣고 녹음 파일을 직접 편집해도 된다고 오해한 것"이라며 "소송사기의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신 판사는 "녹음이 편집됐다는 사실을 법원에 고지하지 않은 점과 정산액 액수와 지급 방법에 관해 협의가 완료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을 삭제한 점 등을 종합하면 법원을 속이려고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약식명령액과 마찬가지로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conanys@yna.co.kr